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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껄떡쇠.

최승건(15) 작성일 04-12-10 09:20 10,275회 0건

본문

지귀와 선덕여왕의 염사


善德女王이 이뿐 데에 반해서
志鬼라는 쌍사내가 말라 간단 말을 듣고
女王께서 「절깐에서 만나자」하신 건
그거은 열 번이나 잘 하신 일이지.
그래서 志鬼가 먼저 절깐으로 와
기다리다 돌塔 기대 잠이 든 것도
데이트꾼으로선 좀 멍청키야 하지만
大人氣質을 높이 사 봐주기만하면
그 또한 百倍는 잘 한 일이고,
늦게야 절깐에 오신 善德女王이
이 志鬼의 이 大人氣質을 살며시 理解해서
마음 속에 엔간히는 흐뭇해져 가지고
그 팔에 낀 팔찌를 가만히 벗어
그 志鬼의 잠든 가슴에 얹어 준 것도
千 번이나 萬 번이나 잘 하신 일이지.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고 志鬼가
제 가슴에 놓인 고 女王의 팔찔 알아보고
발끈 지랄하여 불이 터져 나자빠지다니!?
「實力인 줄 알았더니 자발없는 것이라」고
女王께선 오죽이나 섭섭했겠나?
데이트꾼들 이것만큼은 注意해야 할 일이라고.    ***서정주***


신라 선덕 여왕 때에 지귀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활리역 사람인데, 하루는 서라벌에 나왔다가 지나가는 선덕 여왕을 보았다. 그런데 여왕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그는 단번에 여왕을 사모하게 되었다.

  선덕 여왕은 진평왕의 맏딸로 그 성품이 인자하고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용모가 아름다워서 모든 백성들로부터 칭송과 찬사를 받았다. 그래서 여왕이 한 번 행차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여왕을 보려고 거리를 온통 메웠다. 지귀도 그러한 사람들 틈에서 여왕을 한 번 본 뒤에 여왕이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여왕을 사모하게 되었던 것이다. 몇 날 몇 일을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선덕 여왕에 대한 사모의 정만 키우던 지귀는 마침내 미치고 말았다.

  어느 날 여왕이 절로 행차를 하게 되었다. 그 때 지귀가 여왕을 부르면서 골목에서 뛰어 나오다가 사람들에게 붙들렸다. 사정을 들은 여왕은 그를 가상히 여겨 행차의 뒤를 따르게 하였다.

  여왕은 절에 이르러 부처님께 불공을 드렸다. 그러는 동안 지귀는 절 앞의 탑 아래에 앉아서 여왕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여왕은 좀체로 나오지 않았다. 지귀는 지루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깝고 초조했다. 그러다가 심신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지귀는 그 자리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불공을 마치고 나오던 여왕은 그 때까지도 기다리고 있던 지귀의 정성이 갸륵하여 금팔찌를 뽑아 그의 가슴에 얹고 지나갔다. 한참 후에 잠이 깬 지귀는 여왕의 금팔찌를 보고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그 기쁨은 곧 불씨가 되어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슴이 타더니 다음에는 머리로, 팔다리로 옮아가서 마치 기름이 묻은 솜뭉치처럼 타올라 화신(火神)으로 변했다. 지귀가 불귀신이 되어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자 사람들이 두려워하였는데, 선덕 여왕이 백성들에게 주문을 지어 주어 대문에 붙이게 하니, 그 후 백성들은 화재를 면하게 되었다.

 

   지귀는 마음에서 불이 일어

   몸을 태우고 화신이 되었네.

   푸른 바다 밖 멀리 흘러갔으니

   보지도 말고 친하지도 말지어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사람들은 불귀신을 물리치는 주문을 쓰게 되었는데, 이는 불귀신이 된 지귀가 선덕 여왕의 뜻만 쫓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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