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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 아버지와 아들의 소리없는 대화

최상국(15) 작성일 05-01-06 00:01 9,488회 1건

본문

5/1 아들
 아빠랑 대공원에 갔다. 와~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아마도 다들 실직했나보다.
 얘들이 불쌍하다. 지 아빠 실직자인줄 모르고 저렇게 잼나게 놀고 있으니 쯧...
 난 다행히도 아빠가 근로자의 날이라고 쉬기때문에 놀러왔다.
 놀이기구 타는데 소나무밑에서 한 아저씨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저 아저씨도 실직자인가보다. 저 아저씨 아들이 안스럽다..

 아빠
 아~ 아들녀석이랑 공원에 갔다. 아들한테는 아빠가 쉰다고해서 갔다.
 노가다에 무슨 근로자의 날이 있으랴.. 짜식 즐거워하는 모습이 넘 이쁘고 귀엽다..
 내일은 공공근로라도 나가야겠다.. 오늘 쌀 살돈 까정 다 날릴것 같다..
 ㅠㅠ~ 그래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들이 놀이기구 탈때 소주 한 병을 들이켰다..
 쓰다... 이 맛이 인생인듯 싶다...

 아들
 아빠는 자꾸 안 탄다고 한다. 어지럽다고 하신다. 그게 뭐가 무섭다고.. 난 재밌는데...
 오늘 이 곳에 있는 놀이기구 다 타야지... 하하하.. 신난다...
 놀이기구 타는데 또 한 사람이 술을 마신다.
 허걱~! 아빠다.. 나의 아빠...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비록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알 건 다안다.. 아빠 얼굴을 피했다...
 나의 철없는 행동이... 와르르르... 무너진다...
 죄송해요... 아빠...

 아빠
 남은 돈이 별로 없다. 그래도 내색은 안해야겠다. 아들녀석 즐거워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내 자신이 처량해 울고싶어진다.. 그러나 돈이없어 더이상 태워줄수가 없다..
 한두가지만 더 타면 점심도 못 먹게 됐다. 어찌해야할지...
 아들한테는 놀이기구 무섭다고 했다. 실은 타고 싶다.바이킹에 올라 소리질러봤으면...
 아들몰래 또 소주한병 샀다. 별로 안쓰다. 아까 마신 술이 취했나보다...

 아들
 알아버렸다. 아빠가 돈이 없다는걸..
 초라해 보이는 아빠손을 잡고 더이상 놀이기구를 태워달란 소릴 안했다.
 아빠의 걸음걸이가 무거워 보인다. 내가 돈만 벌수 있었어도... 아빠를...
 눈물이 너무 나려한다. 그러나 마음으로 울었다.. 마음으로.. 집에 가자고 할까...?
 그러나 아빠~ 아빠~ 말이 안 나왔다. 아빠의 표정은 그래도 웃으신다..
 아빠가 커 보였다. 하늘보다도 더... 배가 고프다. 하지만 돈이 없는걸 안다.
 집에가서 물말아 김치랑 맛있게 먹어야지... 저쪽에서 무슨 행사를 한다.
 아이들에게 빵을 주네.. 난 달려가서 한 개의 빵을 들고왔다.
 그리곤 반을 나눠 아빠 반 나 반 이렇게 먹었다..
 맛있다...

 아빠
 녀석이 기구타고 이제 힘이드는 모양이다. 짜슥.. 다행이다.
 집에갈 차비밖에 남지 않았다... 배가 고플텐데... 아무말 하지않네.. 배고플텐데...
 아빠가 실업자라 생각하면 슬프겠지.. 어린가슴에... ㅠ 녀석...
 아들녀석이 갑자기 달려간다. 휘익~ ... 빵 한개를 들고 왔다..
 아들녀석이 반을 갈라 나를 준다. 난 배부르니 너나 먹으라고 했다..
 그러자 녀석이 투정을 부린다.. 아빠가 먹어야 먹는덴다..
 훗~녀석..눈물이 나는걸 간신히 참으며... 빵을 반조각에서 또 반을 갈라 아들에게 주고
 반에 반을 먹었다. 맛있다. 배가 고파서인가... 어서 이 화려한 공원을 빠져나가야겠다.


 5/2 아들
 아빠가 그 동안 나한테 노시는걸 안 보이실려고 일찍 나가시는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일찍 나가야겠다. 학교에서 일요일날 글짓기등...
 특별행사를 한다고 메모를 써놓고 아침 6시에 집을 나왔다.
 춥다.. 새벽이라.. 초등학교 3학년이 갈 곳이 없었다.
 음~ 오락실 문여는 9시까정 공원 벤취에서 웅크리고 있어야겠다..
 9시부터는 오락실에서 지내다 저녁 6시경에 들어가야 겠다.
 모처럼 아빠도 발 뻗고 집에서 주무시게 하고 싶다...
 으~~ 춥다. 참아야 한다. 난 남자다.. 남자...

 아빠
 나갈려고 일어나보니 아들이 없다. 메모가 눈에 띤다. 학교에서 특별행사가 있다고...
 무슨행사가...휴~ 잘됬다... 모처럼 집에서 맘놓고 자야겠다.
 요즘은 할 일도 없다. 미치겠다.. 근데 밥상이 차려져 있다.
 들춰보니 밥 한공기와 김치 그리고 라면 한 봉지가 있다.
 라면 옆에 또다른 메모지가 있다..
 " 아빠~ 국물이 없으니 이거 끓여서 국대신 밥 말아 드셔요" 이녀석 어제
 과자 사 먹으라고 준 500원을 라면 샀나보다.. 가슴에 울컥하는 눈물...
 가슴으로 울어야 한다... 가슴으로....
 절대로 눈에서 울지 않으리라... 잠을 자고 일자리를 알아보러 나가야겠다.
 힘을 내야겠다... 나에겐 듬직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다...
 사랑한다..아들아...
  -네이트에서 퍼왔다 -
    새해 복 많이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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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규(15)님의 댓글

최삼규(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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