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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통신

김종렬(09) 작성일 05-03-31 13:50 9,950회 4건

본문

들쭉날쭉하던 나목들이 날씨가 포근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소리지른다.
와~ 봄이다 ! 하고...
요즘 나는 마음이 구름처럼 떠 있다.
어제 가본 보문CC에서 천북 가는 길가의 개나리들도
어느새 노란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벚나무도 제법 눈매가 초롱초롱하다.
들판 여기저기엔 벌써 못자리를 하기 위해
논물을 가두는 농부들의 손놀림이 바쁘고
행락객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그래선가 나만 유독 우리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마치 한 마리 가여운 애완동물 같다.
얼마 전부터 사무실 앞에 이동식 주점이 생겼다.
퇴근 무렵 찾아와 좌판을 벌인다.
포터를 개조한 것인데,
석화(굴), 은어, 낚지 등인데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싱싱해서 맛도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
더욱이 쥔양반의 인심도 후덕하고...
하여 그 시간만 되면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습관처럼 창문 너머 고개를 내민다.
오늘부터 주방을 재가동했다.
날이 따스해서 무얼 해먹기가 아주 좋다.
겨우내 쌓인 먼지도 닦아내고, 가스도 새로 배달시키고
식기도 정리했다.
공사현장 인부들까지 합세해 빙 둘러 앉아 먹으면
맛이 그저다. 사람들은 식당밥 보다는 내가 직접 해주는 음식을 더 좋아한다.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그러다보니 아마 인근의 촌닭이며 어딘가 숨어있을 미꾸라지들이
초긴장 상태다.
부식을 사 나르는 모습도 이 골목에선 이젠 아주 익숙하다.
다들 '오늘은 무얼 해 먹어시려고...?' 하며 재밌어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연구대상이다.
직업과 생긴 모습하곤 전혀 딴판인데가 너무 많다.
가만히 눈 감으면 어디 새순 돋고, 꽃 피는 소리 들린다.
환청인진 몰라도 개울물 소리 들린다.
그 개울물은 작고 깊은 골짜기를 지나, 지순한 마을을 돌아
내 가슴으로 흐른다.
어쨌거나 지금의 나는 역마살을 이겨내기 위해
문지방과 종일 씨름하고 있다.
햇살이 눈물나리만치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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