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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김종렬(09) 작성일 05-04-04 17:19 10,289회 0건

본문

어제는 휴일이라, 마침 비도 오고해서
겸사겸사 아내와 동행을 했다.
선약인 점심을 끝내고 헤어진 후
아내와 시내로 향했다.
마침 날이 맑게 개어 기분이 산뜻해진다.
점심 때 마신 술이 좀 과한지 술기운이 확 오른다.
시내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만자자고 했다.
마침 아이들은 각기 친구들과 어울려
시내 어지쯤 싸돌아다니던 중이어서 쉽게 합류가 됐다.
우선 쇼핑부터 하자고 해 백화점에 들렀다.
보나마나 지갑이 얇아질 게 분명하지만,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하자는대로 가자는대로 따라다녔다.
알다시피 여자들은 쇼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성미 급하고 발걸음 빠른 내겐 큰 곤욕이다.
그러나 이제 나이 탓일까. 나도 많이 변했다.
그런 내게 오히려 놀라는 건 아내와 딸이이 쪽이다.
모처럼 바가지를 듬뿍 씌울 태세다.
내가 산 것이라곤 고작 넥타이 하난데
아이들은 한 가방씩이다.
하여, '이놈들아! 너희들은 돈 먹는 하마다.
이걸 살 돈이면 아빠 술이 몇 병인줄 아냐?' 하며
너스레를 떨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더 이상 지껄여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이어 저녁을 먹기 위해 요즘 아이들이 잘 간다는,
저들만의 음식점으로 갔다.
일명 철판꾸이집이다.
순간 놀란다.
우리 때는 짜장면집 가기도 힘들었는데,
꼬맹이들이(테이블에 턱이 닿을 정도로 쬐끄만) 빙 둘러 앉아
종업원이 정성것 볶아주는 구이음식을
천연덕스럽게 먹고 있다. 가격도 그리 싼 편이 아닌데
꼬맹이들이 쉴새없이 모여든다.  
겨우 햄버그나 컵라면 정도로 여겼던 내 생각이
크게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아이들도 그냥 한 끼 떼우기 식이 아닌,
먹는 즐거움으로 먹는 문화가 바뀐 것이다.
역시 집에서 늘 구닥따리라니, 세대차이니 하며 핀잔을 주는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왠지 아이다운 맛이 없어보여 씁쓸했다.
늘 아이들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나의 이해방식은 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진정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애늙은이들만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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