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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통신

김종렬(09) 작성일 05-05-20 10:43 9,539회 2건

본문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쓴다.
어쨌든 요즘은 컴 앞에서 여유를 부리기가 쉽잖았다.
일이 바쁘다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때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여 몇일 전 함께 있는 선배에게 10일간의 휴가를 주어
전국 유람을 다녀오게 했다.
그동안 좀 혹사(?)시켜 미안하기고 하고해서....
어제는 강원도 태백의 옛 탄광촌에 있다고 하더니
오늘 아침엔 설악산 울산바위에 걸터앉아 동해를 굽어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오후엔 고성에 있을 것이고
내일은 화천 양구 인제 춘천을 돌 것이며,
이어 서해와 남해를 돌아올 것이다.

지금 이곳은 신록이 눈부시다.
세상을 향해 내미는 초목들의 수만의 손은
진한 감동으로 와닿는다.
아카시꽃이 절정을 이룬 가운데, 논배미마다 모심기를 위해 물잡느라 분주하다.
어느덧 이곳 경주에 자리를 옮긴지 꼭 일년이다.
경주의 사계를 제대로 읽게 된 커다란 수확을 올린 셈이다.
때문에 나의 경주사랑도 접점 깊어간다.

내일은 멀리 호남에서 막걸리 두말이 택배로 온다.
평소 술 좋아한다고 특별히 선배가 부친 것이다.
어떻게 마실까 고민하다가
범서 백천다리 밑 물가에서 미나리 햇마늘 몇 단 풀어놓고
촌놈 몇 불러 게걸스럽게 마실참이다.
아예 큰 다라이에 부어놓고 바가지로 퍼 마실 참이다.
취기가 오르면 돌자갈 위에 벌렁 누워 구름과 벗하다가
흥이 일면 구성진 모심기 노래 몇 소절도 시부려보고....

아무튼 이런 저런 속에 한 계절이 가고 있네요.
세상의 모든 생각들이
이 오월의 녹음처럼 늘 파래지길 욕심 부려보면서...

댓글목록

이근우(09)님의 댓글

이근우(09)

유명진(09)님의 댓글

유명진(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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