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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또 한 잔 속에...

김종렬(09) 작성일 05-08-09 17:06 9,722회 1건

본문

사무실 뒤켠의 단감나무의 볼이 점점 밝아집니다.
또 한해가 지났지만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다들 키가 좀 자란 것 외엔 변한 게 없습니다.
산복숭아며 모과며 제각기 듬직한 열매를 눈부시게 달아놓았습니다.
문득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자고나면 위태해지는 어설픈 내 사랑이 그저 부끄럽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욕망의 늪 탓일까요.
턱없이 헛배만 불러보입니다.
하여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 합니다.
세상을 향해 좀더 진지하고 솔직하려 합니다.
좀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과 마음을 나누려 합니다.
실수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다시 길을 내려 합니다.
하여 지금은 너무 마음이 가볍습니다.
도저히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버틸 아름다운, 행복한 시간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또 낮술에 째렸습니다.
점심 때 반주로 소주 한 잔,
손님와서 동동주 한 잔,
코오롱호텔 커피숍에서 생맥주 한 잔,
사무실에서 입가시미로 막걸리 한 잔,
퇴근 후 친구와 약속도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속에 내 젊음도 그렇게 야위어가고 있습니다 그려.
아니 충만합니다 그려.
그래도 집구석 쌀단지에 며칠 먹을만치의 쌀이 있고
독에는 김치가 가득하니.....

댓글목록

이근우(09)님의 댓글

이근우(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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