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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잘 부탁합니다

김종렬(09) 작성일 05-11-03 10:59 9,368회 4건

본문

알다시피 나는 지금까지 운전을 할줄 모른다.
아예 배우고 싶지도 않았고, 운전을 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연구대상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운전을 그토록 싫어하는 까닭이 있다.
아마 스무 한두 살이었을 때였는데,
당시 카고트럭 11톤으로 운송업을 하시던 고모부를 졸라
세상구경도 할겸 조수를 자처한 적이 있었다.
그 나이 때이니 얼마나 차를 몰고 싶었겠는가.
고모부(운전수)가 안 보이면 혼자 별 지랄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날, 울산 부두에 비료를 실러 갔는데, 우리차가 순서가 한참 밀리는지라
고모부는 라면 먹으러 자리까지 비우자, 그 틈을 노려 그 큰차를 몰고 빈 부두를 빙빙 돌아다녔지라.
그런데 그만 브레이크 밟는다는 게 급한 나머지 악세리이터를 콱 밟았던 거였다.
결과는 부두 여불때기 바다로 풍덩! 순간 '이제 죽었구나'하는 짧은 생각을 하는 찰라
순식간에 바닷물이 찌르듯 들어오는데 문은 꼼짝도 안 하고...그 무시무시한 공포...
순식간에 가슴까지 차오르고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쳐댔지.
그때 무슨 생각나더냐고?
부모 형제 친구? 천만에.
단 하나, 그냥 어떻게 하던지 살아야한다는 마음 뿐이었어.
어쨌던 금방 목까지 물이 찼어.
더 이상 발버둥칠 힘도 없고...해서 좀더 버텨보려고 몸을 눕혀 천장에다 코를 갖다댔지.
순간 공포는 더욱 극에 달했어. 허걱~(지금 생각만해도 치가 떨리구만)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기적이 일어난거야.
천장에서 한뼘정도 남기고 더 이상 물이 차오르지 않는 게 아닌가.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차 지붕까지 덮을 때는 심한 공포로 인해 까무러칠 정도였지만
어쨌던 더 이상 물은 차지 않았고 숨을 쉴 수 있었어.
이어 사람들이 몰려오고 나는 차 밖으로 나오게 되었어.
알고보니 차가 바다에 처박힌 곳은 부두 여불때기라서 수심이 낮았던거지.
만약 부두정면으로 처박혔으면 이미 나는 이 세상에 없겠지.
(그래서 평소 내가 지금 죽어도 호상이라고 하는겨...)

그 이후, 나는 한동안 자동차 앞에 타지를 못했어.
어쩌다 운전석에 앉아볼라치면 그때의 공포가 밀려와 호흡이 가빠 견딜 수가 없었지.
이제 내가 그토록 운전을 배우기도 하기도 마다하는 이유를 알겠지라. 
한번 실험삼아 바다로 함 날라봐. 제법 실감날거야. 너무 깊은 데 말고...ㅎㅎ

그런데 또 한번의 기적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지금 내 자동차 뒤에 '왕초보'가 따불로 붙어있다.
사실 어쩌지 못해 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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