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3구간<운봉산~원효산~천성산~안적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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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구간종주 제3구간
유락농원고개~운봉산~596.6봉~원효산~천성산~안적고개 (18.7km)
산행일자 : 2005년11월 7일(월) 맑음
심민구, 유명진(산행), 전태우(차량도우미)
산행시간 : 총 8시간
전날 진하 친구놈이 노래미를 낚아 굳이 한잔 하자고 조르는 바람에 뒷날 산행은 생각도 않고 조금 과음을 하고 11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 전화기 소리에 얼른 시계를 쳐다보니 4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태우였다. 지난 주 정맥을 타면서 민구와 같이 3구간을 같이 하기로 굳게 약속을 하여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나이 약속을 져 버릴 수 없는 처지다.
태우는 이날 아침일찍 골프모임에 나가면서 우리들을 정맥의 고개까지 데려다 주기로 약속하였다.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낭을 챙겨 들고 어둠을 헤치고 나온 시간이 새벽 4시 50분!
먼저 출발한 민구와 태우가 많이 기다릴까봐 차량 가속페달을 술 김에 막 밟아 서창에 도착한 시간이 정확히 5시 20분이었다.
일단 약속한 시간내에 도착하였으니 술을 꼬리도록 먹었어도 사나이 약속은 지킨 셈이다.
근처 분식집에 가서 라면으로 요기를 대신하고 나와 민구는 마치 화물차 짐짝처럼 태우가 가는데로 몸을 맡기고 아침을 달리고 있었다.
술이 깨지 않아 나는 잠깐의 시간이라도 잠을 자야만 했다. 어슴푸레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시간에 우리는 유락밤나무단지 라는 고개에 다다랐다.
태우와 오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민구와 나는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등산화 끈을 졸라매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새벽산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민구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였지만 나는 전날 과음탓에 산행이 즐거울 턱이 없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괴롭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두어시간을 헤메고 나니 그때서야 컨디션이 정상이다.
모처럼의 단 둘이서의 산행길이 참 재미있다.
운봉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양산대학쪽 전경
둘이서 한창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아뿔사! 어제 과음으로 속이 영 편찮은지 아랫배가 살살 아파온다.
"야! 민구야 니 먼저 살살 걸어가라..나 볼일 좀 보자" 라고 말을 하고 잽싸게 길옆에 주저앉고 막 퍼질러 댔다...ㅎㅎㅎ
대강 추스리고 먼저간 민구따라 서둘러 걷고 있는데 민구는 혼자 가지 않고 저만치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 둘 만의 산행이기에 나를 배려한 마음일 것이다.
우리는 앞에 보이는 596.6봉을 향해 열심히 걷고 있었다.
민구의 신 병기인 스틱 1조(이날 스틱덕분에 수월하게 산행할 수 있었다나...)
운봉산 정상을 배경으로..멀리 물금신도시가 보일 듯 말듯
앞에 보이는 고개가 제법 가파르고 길어 보인다.
문수산 깔딱고개 정도라고 민구가 일러준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수도 없이 겪었기 때문에 우리 둘이는 가뿐하게 능선에 올라 선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멀리 양산시와 물금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고 또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뢰매설지대를 알리는 경고판
596.6봉을 지나니 군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지뢰매설지대가 나온다.
현재는 지뢰를 제거하였으나 과거 지뢰지대이어서 아직 위험이 많은 지역이라고 커다랗게 경고문을 써 놓았다.
거기다 혹 비가 오면 지뢰가 실려 길가에 내려올 지 모른다는 말에 민구는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게 보인다.
철조망을 한참 돌아 우리는 원효산쪽으로 나 있는 임도를 만난다.
임도옆 군부대 정문앞에서...
임도를 따라 한창 올라가다보니 왼쪽 바위절벽 아래에 반듯하게 정 남쪽을 향해있는 원효사가 나온다.
해발 900m 이상되는 높은 고지에 있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사찰이다.
원효사 도착시간이 10시 30분...아직 점심시간은 때가 이르지만 민구와 나는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며
불공을 들이고 있는 보살들의 절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경내는 스님의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근엄하고 경건하게 들려오고 있다.
천지가 고요한 가운데 들리는 목탁소리,염불소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한층 경건하게 하였고 금새 민구와 나는 목소리를 낮추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잠시뒤 갑자기 "우당탕 탕탕" 하더니 이어 또 "따다당 또르륵" 하는게 아닌가?
너무나 조심한 나머지 민구가 그만 배낭에서 코펫을 꺼내면서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민구가 그놈의 코펫을 주으려 하자 이번에는 밥그릇이 또 떨어져 버렸다.
경내 분위기를 봐서 큰 사고를 쳤다.
나는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우스운지 배를잡고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또 우스운 애기가 더 있다.
절 부엌에서 식수를 보충하는데 한 쪽 수도 호스에서 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데 민구는 답답한지 미리 받아놓은 물통의 바닥에 조금 깔린 식수를 바가지로
퍼서 식수병에 보충하고 있었다.
근데 내가 그 옆쪽 호스에 달린 밸브를 열어 버리니까 갑자기 물이 폭포수처럼 쏴아~ 하면서 튕겨 나오는 것이 아닌가?
또 한번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원효사를 떠나면서...
가지고 온 문어를 라면에 넣고 김치를 곁들여 허기진 배를 채우니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문어의 먹통이 터져 라면이 자장면 색깔이다...그래도 맛은 쥑인다..국물까지 홀홀 마시니 배가 태산이다.
잠시 쉬었다가 우리는 원효산 레이다기지를 돌아 저 앞에 펼쳐진 천성산 정상을 향하고 있었다.
10월 내내 지난 4일 까지 경북 청송,영월,영양군의 산을 지겹도록 다녔지만 산새와 그 위엄, 정상에서 느낄 수 있는 전경들이 이곳 원효산-천성산에 가히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쪽의 산들은 산행하기에 아주 피곤한 산들이 반면 이곳 산들은 일단 시야가 확 트여 가슴이 시원하고 산에서 산 사람들을 만나 스치는 대화도 할 수 있어 좋다.
원효사 입구에서 양산쪽을 배경으로...
천성산 정상에서 민구와 낙동정맥 리본과 함께...
천성산 정상을 뒤로 하고 우리는 태우에게 산행지점을 알려주고 안적고개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한다.
가다가 길을 놓쳐 엉뚱한 길로 한참을 하산하다 다시 올라오기도 하였다.
이윽고 임도가 나오고 또 한참을 가니 태우가 차를 가지고 안적고개 까지 올라와 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다음 정맥의 날머리를 태우로부터 알아놓고 우리 셋은 차량으로 하산하고 있는데 우리 집에서 갑자기 전화다.
"삼촌이 감생이 5짜 한 마리 잡았는데 우짜꼬요?"
집 사람의 전화다.
"야! 우리 감생이 5짜 보신할래?"
한 마디에 "민구,태우가 5짜 감생이는 보약이다" 라고 맛장을 뜬다.
마지막 안적고개 갈림길에서...
새가 빠지게 달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감생이 사시미(?)에 들어갔다.
얼마나 싱싱한지 회 떠는데 한참을 애먹었다.
고놈의 껍데기는 비늘을 쳐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담궜다가 썰어 놓으니 꼬들꼬들 맛이 기똥찬다.
살점은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이게 자연산 감생이 맛이다...
쇠주 세병을 나발불고 우리 세명은 다음 산행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오늘 해단식은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새벽을 달려준 산행대장인 태우야...고맙다..그리고 오랜만에 둘이서 많은 이야기 하면서 즐겁게 산행을 마친
친구 민구에게도 함께 해 줘서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
감생이 절반은 냉장실에 보관했다 나중에 꺼내 먹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