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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난 항상 받기만 하고 -  여느해보다 추운 이 겨울 친구에게 큰 선물을 받고서- 심민구

심민구(09) 작성일 05-12-25 12:44 10,248회 5건

본문

<img src="http://www.hakgo.net/9/board/data/member/mksim62/mksim62.gif"><font size=3> <b>이틀 전이었다.(23일) 아버님 기제사일이라 평소 다니던 헬스크럽에서 목욕을 하고 나오는데 김종렬친구로 부터 전화가 온다.

 " 지금 있는 데가 어디고" 하고 묻고선 &nbsp;달동 롯데마트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10여분 지나 친구는 &nbsp;타고 온 짚차 뒤에서 쌀 반가마니를 내려 내차로 옮겨 싣는게 아닌가.. 올해 농사한 쌀인 것 같았는데 &nbsp;"나는 많다며 갈라 먹자"고 한다.

<img src="http://kr.img.blog.yahoo.com/ybi/1/fa/c1/mksim62/folder/6/img_6_92_0?1135474720.jpg"width=139 height=154>
<font size=2 color=blue><사진> 친구가 가져다 준 큰 선물 </font>

고마움 보다는 송구하고 &nbsp;민망한 마음에 친구에게 뭐라고 인사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난 그리 마음 씀씀이가 넉넉지 못한 편인지라 &nbsp;아니 쌀을 건네는 종렬이 친구에겐 애써 뭘 잘 해 준 기억도 없는지라 졸지에 친구의 &nbsp;마음이 담긴 큰 선물을 받고 보니 몸 둘 바를 몰랐다.

그것도 그 어느 해보다 날은 춥고 쾐시리 마음만 바빠지는 한해의 연말에 말이다.

올 한해 동기회를 맡아 수고한 동기회장 백남기 친구도 6~7년 전엔가 &nbsp;두동 집에서 마지막으로 지은 쌀 이라며 집에 주고 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에는 윤병이친구가 또 범서에서 자기 논에서 지은 쌀이다 하며 몇 말을 주었다.

어젠 그간 낙동정맥완주를 같이한 친구 세명들과 완주기념으로 치악산에 등산을 하고 오는 길에 이런 사연들을 친구들에게 얘기를 하니 백남기 친구 하는 말 "민구 니는 쌀복은 있네" 하며 고맙게 잘 먹으라 했다.

종렬이 친구는 &nbsp;고등학교 시절 내 짝지였다. (2-8반 김일석선생님 반)

항상 내 연애편지를 대필해 써주곤 했다.

그때 친구는 연애편지나 &nbsp;일상의 글들을 얼마나 잘 썼는지 모른다.

그때의 필력이 지금에 와서 &nbsp;문인으로 남게 해 주었는 것 같다. &nbsp;

2학년 쯤 어느 날 제주도로 가출을 하더니만 또 이은 가출에 &nbsp;정든(?)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81년도 엔가 11대 국회의원선거때 나의 형님 선거사무실에서 잠시 만났다.

그리고 몇 년 후에 &nbsp;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여 지금의 삼호 원조곱창 건너편 쯤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내어 부동산업을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잘은 모르지만 그땐 내나 친구나 세상물정을 몰라 그리 돈은 못 벌은 듯하다.

그땐 문득 지나면 만나는 사이라 그렇게 친하지는 못했다.

98년도에 내가 동기회 회장을 할 시점에 농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그 글을 동기회 회보인 "우리자리"에 싣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동기회에도 열심 이였던 것 같다.

친구의 외가쪽이 우리집안과 친인척벌이 되는 것 같다. 친구가 어릴 적에 아버지 손잡고 심씨 제실이나 우리 집에도 온 기억이 난다는 걸 보면.....

요즘은 친구가 하고 있는 부동산업이 좀은 신통한 모양이다.

그래 이제는 친구도 돈맛을 좀 알 나이제...

그래 친구는 돈 많이 벌어도 욕 안 먹고 잘 할끼다.

지금껏 친구들에게나 주변에나 그리고 동기들에게도 하는 것을 보면 ,,,

항상 남 손해 안 끼치고 말 한마디 마음 씀씀히 하나 진정한 것이 이제 복이 되어 돌아 올 것이라 믿는다.

이제 정신 차리고 친구에게 인사한다.

<font size=3 color=red><b>친구가 가져다 준 선물 내 마음엔 짐처럼 남지만 두손으로 잘 받으마.
이 한겨울 하얀 쌀밥 지어 먹으며 두고두고 네 생각 할게.
집사람도 너무 고맙다고 인사 전하란다.
그리고 늘 잊지 않으마. 사랑한다...</b></font>

너무 고마와 &nbsp;글을 올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만 혹시 친구 자네에게 다른 불편함을 가져다 줄지 도 몰라 다소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네.

그리고 때마침 신문을 보다가 네 글이 실려 있어서 동기들과 같이 돌려 볼려고 옮겨 싣는다.



<font size=5 color=blue ><pre><b> 고향가는 발걸음이 무겁다..</b></pre></font><font size=3>-김종렬 수필가 시인 (2005년 12월24일자. 경상일보에 기재)</b></font>
<img src="http://cgi.chol.com/~ckd18/cgi-bin/technote/print.cgi?board=ckd18_9&xfile=1&img=김종렬_1.jpg">


유년시절을 줄곧 시골에서 보낸 내게 가을은 늘 감동으로 다가온다. 집 앞이며 산 너머 골짜기 논배미마다 누렇게 익은 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했다. 집안의 일손을 돕기 위해 벼를 베고 묶고 나르고 타작에 이르기까지의 추수는 모두 나와 동생들의 몫이었다.

때로는 귀찮고 힘들어 꾀병을 부리기도 했지만, 여름 내내 질리도록 먹어댔던 국수며 수제비며 보리밥 대신,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쌀밥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희망 앞에 게으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바탕 추수가 끝나고 처마 밑에 높다랗게 쌓이던 볏가마며, 마당 한 구석에 커다랗게 자리잡던 뒤주는 그렇게 넉넉할 수가 없었다. 쳐다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 평소 엄하고 과묵하시던 아버지도 그때쯤이면 마루에 걸터앉아 막걸리 몇 사발로 지친 속을 가셔내며,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우리들에게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고향의 가을도 예전 같지 않다. 가을이 와도, 휴일이 와도 좀처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찍이 대처로 떠난 사람들은 쉬이 돌아오지 않고, 삐걱삐걱 관절염을 앓으며 다리를 절룩거리는 노인들의 쉰 기침소리와 가끔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는 개 짖는 소리 뿐.

하루가 다르게 논배미도 줄어들었다. 더러는 잡초 무성한 지 오래고, 더러는 외지인의 손에 팔려나가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유독 노인들의 관절염 탓만 아니다. 마을구판장만 들여다보아도 형편을 훤히 알 수 있다. 기껏 봄여름 내내 고생해봤자 어디 믿고 의지할 언덕이 없다는 푸념들만 낡은 평상 위로 가득하다. 종자값 농약값 인건비는 그렇다치더라도 수매라도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안타까움 너머 술병만 쓰러진다. 도회지에 대한 유혹도 뿌리치고 부농을 꿈꾸며 정부융자까지 얻어 애써 마련한 농기계는 벌써부터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가운데 빚 독촉장만 수시로 문지방을 날아든다. 이래저래 버티는 사이 착하디 착한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고, 그나마 손에 쥔 몇 푼을 들고 농협창구에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졸시조 <가을단상>을 꺼내본다.



가을 듬뿍 머금은 논두렁이 눈부시다

이맘때는 산도 들도 발정을 하나보다

껴안고 살 맞대가며 애무가 한창이다.



실컷 울어도 좋을 시월의 가을 저녁,

빗나간 화살들이 심장을 파고든다

모두들 시대 탓이라고 뒷짐지는 사이.



어쩌면 이 강산에 가을이 안 올지도 몰라

누런 들판 빼고 나면 그게 무슨 가을

한 그릇 하얀 쌀밥이 또 희망일지 몰라.



처럼 찾은 고향, 어디 눈 맞추고 마음둘 데가 별로 없다. 논둑마다 콸콸 흘러 넘치던 물소리며, 진종일 지칠줄 모르던 쟁기질 소리며, 그저 구수하기만 하던 모심기 소리며, 힘차게 돌아가던 경운기와 탈곡기 소리들만 깊은 환청으로 들려올 뿐.

요즘은 고향 가는 발목이 자꾸 무거워진다. 가을이 두렵다.</b></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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