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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설날이 다가오면...

김종렬(09) 작성일 06-01-21 12:05 10,004회 2건

본문

줄곧 고향 언저리에 눌러앉아 사는 탓에 고향집이 바로 코 앞이지만
해마다 설날이 가까워져 오면 마음은 한결같이 설렘으로 가득 차오른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들락거리는 고향집인데도 매번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아마도 거기에는 오랜 유년시절의 끝없던 동경과 깊은 추억이 여기저기에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하나 아쉬운 것은, 작년에 구 한옥을 뭉개고 집을 새로 짓다보니 옛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큰채 사랑채며 헛간이며 장독간 등은 이제 먼 추억의 뒤안길로 묻혀버렸다.
한여름의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정짓문,
다른 집과는 달리 유난히 삐걱거리던 방문들과 부서진 흔적이 자자했던 문살들(?),
언제나 먹거리가 요술처럼 만들어내던 부뚜막의 가마솥,
벌겋게 달어오르던 장작불을 쬐며 고구마 감자며 밤을 구워먹던 쇠죽솥 아궁이,
이것저것 농기구며 연장들이 가득했던 헛간,
각종 짱아지 된장 고추장 간장이며 동치미가 가득했던 당독간,
비록 퀴퀴한 냄새로 인해 조금은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그저 편안하기만 하던 뒷간,
언제나 아버지의 근육질이 이른 새벽 공기를 힘차게 가르던 장작 패던 모퉁이,
그리고 마당 가장자리에 줄지어 서 있던 오래된 감나무, 밤나무, 살구나무들...
이 어찌 하나같이 그리움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쩌랴. 너무 쉽고 편한 것에 길들여져 가는 자신을 책망할 수밖에...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소 잡는다고 난리다.
요즘은 소값이 많이 떨어져 해체하기가 만만한가보다.
살코기는 정보가 늦는 바람에 놓치고 대신 갈비를 몇 관 주문해놨네 그랴.
놀러 오시게나. 화덕에 숯불 피워놓고 빙 둘러앉아 노리끼리 잘 익은 갈비 뜯으며 술이나 한잔 함세. 아무래도 자꾸 마음이 바뿌이. 사람들이 그리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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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09)님의 댓글

이근우(09)

김성률(09)님의 댓글

김성률(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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