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도지던 날
김종렬(09)
작성일
06-02-03 16:07 9,240회
1건
본문
잡은 소 마무리하고, 설 차례상 지내고, 마을어른 세배하고, 처가집 댕겨오고...근디 갑자기 역마살이 도진다. 어디론가 그냥 훌쩍 떠나고 싶었다. 갑자기 뚱딴지처럼 집사람과 아이에게 떠나자고 하니 다들 토끼눈이다. 나는 항상 이런식이다. 준비고 뭐고 없이 생각나면 그냥 떠나뿐다.
갑자기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고 싶었다. 강원기상대에 전화를 걸어보니 눈소식이다. 다행이다.
목적지는 설악산으로 정했다. 눈소식이 없었더라면 통영으로 택했을 것이다.
설악산! 한때 내 삶의 애환과 개똥철학이 가득 묻어있는 그곳이 바로 설악산 아닌가.
옷가지와 신발만 챙기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휴게소란 휴게소는 다 얼굴 내밀고, 좀 빼꼼한데는 다 기웃거리다 보니 시간이 늦다.
밤 9시에 설악산 도착하니 진눈깨비가 날리고, 이미 많은 눈이 와 있었다.
편을 가르고 2대2 눈싸움을 했다. 야밤에 꼭 미친 사람 같다.
설악파트호텔 앞이다. 신혼여행 때 묵은 곳이다.
아내에게 '우리 참 부자다' 하니, 아내는 영문을 몰라한다.
호텔을 가르키며, '저기 묵을 땐 울 둘이었는데, 지금 배로 늘었으니 부자 아닌감.' 하며 아이들을 가르키니 그제사 빙그레 웃는다.
엣날 내가 기거했던 산장이며 그 나와바리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자
아이들이 나를 문제아로 낙인찍어 버린다.
시간도 늦고 피곤도 해서 숙소를 정하는데, 나는 피크호텔로 가자고 하는데 아내는 반대다.
아이들 방 따로 잡아주고 분위기 좀 잡으려는데 말이다. 시간도 늦었는데 돈 아깝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돈타령 한다고 짜증을 내는데도 막무가내다.
하는 수 없이 모텔로 가자고 하니, 그곳은 아이들에게 안 좋다며 또 반대다. 슬슬 화가 난다.
결국 대포항까지 와서 정한 게 찜질방이다. 내가 속으로 씩씩거린다. 그렇다고 이까지 와서 싸울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 참자. 참자를 되내이며, 떠밀리다시피 들어간 찜질방.
근데 규모가 장난 아니다. 건평이 천평도 넘는 듯하다. 이 시골 구석에, 아이들도 놀라는 눈치다. 아래층에서 샤워하고 윗층으로 눈을 붙이러 들어서는데 또 새삼 놀란다. 온갖 식당이며 먹거리며, 놀거리, 편의시설들이 다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영화관까지...시설이 아주 그만이다.
그 중에서도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으니, 바로 호프집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호프집이다!'하고 소리를 지른다. 주위 사람들이 웃는다.
그제사 맘이 싹 풀린다. 아내가,
'얘들아, 너거 아빠 입 벌어지는 거 좀 봐라.' 한다.
만약 거기서 술을 보지 못했으면, 속에 열불이 났을 것이다.
바로 자리를 잡았다. 돈도 필요없다. 키만주면 자동 계산되게 되어 있다. 나갈때 카운터에서 계산하면 된다. 모든 시설물이 다 그렇다. 천시시가 금방 비워진다. 큰딸(고1)은 술을 아주 잘 마신다. 어릴적부터 조금씩 장난삼아 먹였는데, 이제 주량이 백세주 반병, 쇠주 반병, 호프 천시시다. 발그레 익은 딸이이의 수줍은 볼이 예뿌다. 도합 오천시시 먹고나니 배가 빵빵하다. 바로 골아 떨어진다. 눈 뜨니 아침이다. 미역국으로 아침을 떼운다. 양도 많고, 맛도 그만이다.
아내가 맘이 좀 그랬던지, '어제 우리 여기 오길 잘했지?'한다. 그런것같다고 대답했다.
다시 옛 나와바리를 찬찬히 둘러존 후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인천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내려가자며 대관령으로 차를 몰았다. 사방이 눈이다. 나는 그 사이를 뒤집고 다니는 한 마리 두더쥐 같다.
갑자기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고 싶었다. 강원기상대에 전화를 걸어보니 눈소식이다. 다행이다.
목적지는 설악산으로 정했다. 눈소식이 없었더라면 통영으로 택했을 것이다.
설악산! 한때 내 삶의 애환과 개똥철학이 가득 묻어있는 그곳이 바로 설악산 아닌가.
옷가지와 신발만 챙기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휴게소란 휴게소는 다 얼굴 내밀고, 좀 빼꼼한데는 다 기웃거리다 보니 시간이 늦다.
밤 9시에 설악산 도착하니 진눈깨비가 날리고, 이미 많은 눈이 와 있었다.
편을 가르고 2대2 눈싸움을 했다. 야밤에 꼭 미친 사람 같다.
설악파트호텔 앞이다. 신혼여행 때 묵은 곳이다.
아내에게 '우리 참 부자다' 하니, 아내는 영문을 몰라한다.
호텔을 가르키며, '저기 묵을 땐 울 둘이었는데, 지금 배로 늘었으니 부자 아닌감.' 하며 아이들을 가르키니 그제사 빙그레 웃는다.
엣날 내가 기거했던 산장이며 그 나와바리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자
아이들이 나를 문제아로 낙인찍어 버린다.
시간도 늦고 피곤도 해서 숙소를 정하는데, 나는 피크호텔로 가자고 하는데 아내는 반대다.
아이들 방 따로 잡아주고 분위기 좀 잡으려는데 말이다. 시간도 늦었는데 돈 아깝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돈타령 한다고 짜증을 내는데도 막무가내다.
하는 수 없이 모텔로 가자고 하니, 그곳은 아이들에게 안 좋다며 또 반대다. 슬슬 화가 난다.
결국 대포항까지 와서 정한 게 찜질방이다. 내가 속으로 씩씩거린다. 그렇다고 이까지 와서 싸울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 참자. 참자를 되내이며, 떠밀리다시피 들어간 찜질방.
근데 규모가 장난 아니다. 건평이 천평도 넘는 듯하다. 이 시골 구석에, 아이들도 놀라는 눈치다. 아래층에서 샤워하고 윗층으로 눈을 붙이러 들어서는데 또 새삼 놀란다. 온갖 식당이며 먹거리며, 놀거리, 편의시설들이 다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영화관까지...시설이 아주 그만이다.
그 중에서도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으니, 바로 호프집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호프집이다!'하고 소리를 지른다. 주위 사람들이 웃는다.
그제사 맘이 싹 풀린다. 아내가,
'얘들아, 너거 아빠 입 벌어지는 거 좀 봐라.' 한다.
만약 거기서 술을 보지 못했으면, 속에 열불이 났을 것이다.
바로 자리를 잡았다. 돈도 필요없다. 키만주면 자동 계산되게 되어 있다. 나갈때 카운터에서 계산하면 된다. 모든 시설물이 다 그렇다. 천시시가 금방 비워진다. 큰딸(고1)은 술을 아주 잘 마신다. 어릴적부터 조금씩 장난삼아 먹였는데, 이제 주량이 백세주 반병, 쇠주 반병, 호프 천시시다. 발그레 익은 딸이이의 수줍은 볼이 예뿌다. 도합 오천시시 먹고나니 배가 빵빵하다. 바로 골아 떨어진다. 눈 뜨니 아침이다. 미역국으로 아침을 떼운다. 양도 많고, 맛도 그만이다.
아내가 맘이 좀 그랬던지, '어제 우리 여기 오길 잘했지?'한다. 그런것같다고 대답했다.
다시 옛 나와바리를 찬찬히 둘러존 후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인천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내려가자며 대관령으로 차를 몰았다. 사방이 눈이다. 나는 그 사이를 뒤집고 다니는 한 마리 두더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