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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최승건(15) 작성일 06-03-06 17:32 10,125회 2건

본문

내가 침묵하면 생각이 깊은 것이고,
남이 침묵하면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이다.

내가 늦으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고,
남이 늦으면 정신상태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화를 내면 소신이 뚜렷한 것이고,
남이 화를 내면 인간됨의 그릇이 모자란 것이다.

내가 통화 중이면 업무상 긴급한 것이고,
남이 통화 중이면 사적인 일일 것이다.

내가 생각해낸 것은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것이고,
남이 해낸 것은 웬 뜬구름 잡는 소리?

내가 회의 중이면 남은 잠깐 기다려야 하고,
남이 회의 중이어도 나는 즉시 만나야 한다.

내가 아프면 일로 인한 피로 때문이니까 쉬어야 하고,
남이 아프면 기본 체력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내가 약속을 어기면 어찌하다 보면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남이 약속을 어기면 사람이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남의 딸이 애인이 많으면 행실이 가벼워서이고,
내 딸이 애인이 많으면 인기가 좋아서이다.

 남이 학교를 자주 찾는 것은 치맛바람 때문이고,
내가 학교를 자주 찾는 것은 높은 교육열 때문이다.

 며느리에게는, "시집을 왔으니 이집 풍속을 따라야 한다."
딸에게는, "시집가더라도 자기 생활을 가져야 한다."

 며느리가 친정 부모한테 용돈 주는 것은 남편 몰래 돈을 빼돌리는 것이고,
딸이 친정부모한테 용돈주는 것은 길러준데 대한 보답이다.

 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고,
딸은 남편을 휘어잡고 살아야 한다.

 남의 아들이 웅변대회 나가서 상을 받으면
누구에게나 주는 상을 어쩌다 받은 것이고,

내 아들이 웅변대회 나가서 상을 받으면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남이 자식을 관대하게 키우면 문제아 만드는 것이고,

내가 자식을 관대하게 키우면 기를 살려 주는 것이다.
 남의 자식이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운 탓이고,

내 자식이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자기 주장이 뚜렷해서이다.
 며느리가 부부싸움을 하면, "여자가 참아야 한다."

딸이 부부싸움을 하면, "아무리 남편이라도 따질 건 따져야 한다."
 남이 내 아이를 나무라는 것은 이성을 잃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이고,

내가 남의 아이를 꾸찢는건 어른된 도리로 타이르는 것이다.
 남의 아이가 대학 입시에 낙방하면 실력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고,

우리 아이가 대학 입시에 낙방하면 워낙 경쟁률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어디 가서 맞고 오면 쫓아가서 때린 아이를 혼내줘야 하고,

내 아이가 어디 가서 때리고 오면 아이들 싸움에 어른이
참견할 필요가 없다고 접어둔다.

 남의 아이가 눈치 빠르면 약삭빨라서이고,
내 아이가 눈치 빠르면 영리하기 때문이다.

 사위가 처가에 자주 오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 가는 일은 줏대없는 일이다.

 남의 딸이 말이 많으면 수다스러운 것이고,
내 딸이 말이 많으면 붙임성이 있는 것이다.

 남이 아이를 셋 두면 무식한 거고,
내가 아이를 셋 두면 다복한 것이다.


이런 경험들 있으신가요?
내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야속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으실 겁니다.

상대방과 나의 입장을 잠깐만 바꿔서 생각하면 참 좋을 텐데...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4글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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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의 굴레를 스스로 만들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팔자라고 믿는다.
 우리는 “내 팔자지 뭐, 내 운명이라고 생각해”라는 말에 너무 익숙하다
 보통 사람들은 여러 가지의 고정관념들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그것들을 진리인양 신봉한다.
 예를 들어 “싹수가 노랗다,” “될 성 부른 잎은 떡잎부터 안다,” “네 주제를 알라. 나이는 못 속인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등의 통념들을 그대로 믿고 사는 것이다.&nbsp;&nbsp;

언젠가 “꼬마돼지 베이브”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가족 영화였지만 그것이 준 메시지는 매우 의미 있었다.
 사실 통념대로라면 돼지의 운명이란 정해져 있다.
 돼지는 언제고 도살될 수밖에 없고 삼겹살이든 소시지든 그렇게 처리되는 것이다.
 그것이 돼지의 운명이다.&nbsp;&nbsp;



사실 싹수가 노란 것은 없다.
 떡잎은 그저 떡잎일 뿐이다.
 배추건 무우건 상치건 떡잎이란 다 거기서 거기다.
 나이란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것, 우리는 얼마든지 젊게 살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필요하다.
 운명에 머리 숙이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먹는 것은 남는 것이 아니다.
 남는 것은 뚱뚱한 몸매뿐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꼬마 돼지 베이브는 놀랍게도 양치는 돼지가 된다.
 베이브는 자신이 돼지인 것을 잊은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운명을 개척한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잊어야 한다.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통념이란 굴레를 벗어 버려야 한다
 무능하고 나약한 존재, 공부도 못하던 사람, 싹수가 노란 사람, 실패한 인간, 나이는 못 속여 하던 사람이 아니라
 모든 통념과 한계를 넘어서 고정관념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언제든지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팔자대로 살지 말라는 것이다.
팔자되로 살지말고 열심히 살자  이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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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규(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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