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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올리는 단상

최용제(15) 작성일 06-03-23 17:27 9,249회 11건

본문

완연한 봄기운이 가득한 나날들입니다. 이런 좋은 날들을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아무런 꽃도 피울수 없을 것 같은 말라있던 나무들이 서서히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몸 단장을 시작하고, 그 곳으로 어느틈엔가 날라온 한쌍의 새들이 지저깁니다.

어디 먼 길을 떠나는 여행을 꿈꾸어 보지만, 요즘 생활이 그렇게 여유가 없네요.
가끔씩 사무실 마당에 나와 뒤늦게 다시 시작한 담배질을 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들놈이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는지,
집에서 나오는 데 인사라고 하는 말이 “아빠, 또 들리세요~”
어리고 개구진 이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하는 말인지는 몰라도,
괜시리 찔리는 부분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요즈음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만큼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대화란게 상호작용이라, 들을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들려주어야 하는 부분도 상당하다보니,
체력도 많이 요하고, 지식은 더더욱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게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란걸 깨닫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생각들이 나이만큼이나 서로가 굳어지다 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만나지만,
여러 가지로 다른 생각들을 가진 사람 역시 많이 만나게 됩니다.

단순히 편한 대화라면,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부담없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만,
때로는 설득하고 주장하고 관철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어,
그런 부분에서 제대로 훈련되지 못한 저로서는
아직은 곤혹스럽기도 합니다.

더더구나, 의도와 달리 엉뚱한 의미로 받아 들여져
오해하게되고, 때로는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엔
그 만큼 저 역시 마음 아프게 됩니다.

서로가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 지낼 수 없는
그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친구란건 참으로 소중합니다.

그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우정의
깊은 뿌리가 내리는 과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흔에 맞이하는 새로운 계절에
변화되는 미물들의 움직임을 보며 느껴봅니다.
우리들 사이에도 꽃피고 새들이 모여들 수 있는 그런
생기를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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