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C 베트남 여행기~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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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월요일 (DAY-4), 판시판은 끝내 우리를 거부하였다..
뜬눈으로 지새다 깜박 잠에 빠진것 같은데 용환이의 기상소리에 눈을 뜨니 6시다.
밤새 퍼붓던 폭우는 조금 주춤한 것 같았으나 안개가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심하게 끼였다.
우리 일행은 정상을 향하여 강행군을 할 것인지 아니면 하산하여 사파 트레킹을 할 것인지 의견을 모았다.
베트남 일정이 아직 한창 남아있고 또 남기와 태우의 컨디션을 볼 때 산행을 무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하산하기로 하고 빵과 토마토로 판시판의 마지막 아침을 먹었다.
식사도중 포터중의 한 사람인 “쩌이”라는 흐멍족이 자기 집에서 점심을 대접한다고 하여 우리는 흐멍부족들이 사는 마을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정각 10시에 하산하였다.
폭우가 쏟아져 하산길이 모두 도랑처럼 변해버려 미끄러지고 자빠지는게 일쑤다.
현지 포터들은 슬리퍼 같이 생긴 신발에다 맨발로 그 험한 산길을 잘도 걷는다.
12시 20분, 흐멍마을에 도착하였다.
“쩌이“는 36세의 가장으로 슬하에 5남매를 둔 흐멍부족 중에서도 생활이 꽤 윤택한 편이라고 옆에 있는 다른 친구가 귀뜸을 해 준다.
하기야 집이래야 논 가운데 나무로 지붕을 덮고 흙으로 벽을 치면 집이다.
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공간을 용도에 따라 배치하면 끝이다.
그래서 한 쪽에는 침실이요 그 바로 옆이 창고, 화장실, 부엌, 거기다가 개, 돼지, 소 같은 가축까지 한 지붕아래에 같이 생활한다.
우리 4명은 피워놓은 모닥불 주위로 빙 둘러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지지고 볶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며 남자들도 같이 요리를 하느라 야단들이다.
모닥불 옆에는 방금 밭에서 따 온 옥수수가 소쿠리에 담겨져 있다.
쇠꼬챙이에 꼽아 모닥불에 빙빙 돌려가면서 구워먹는 옥수수 맛이 정말 일품이다.
점심식사는 닭과 돼지고기, 그리고 식사때 마다 우리나라 김치처럼 따라다니는 야채 볶은것, 삶은 계란들이다.
태우와 용환이는 포식을 해 대고 나와 남기는 몇 술을 뜨고 모닥불로 가서 옥수수를 구워 점심을 대신하였다.
2시간여를 “쩌이” 집에서 후한 대접을 받고 우리는 그네들의 식구와 또 하루 동안 같이 한 포터들과의 이별의 악수를 나누고 사파까지 승합차로 이동하였다.
호텔 숙소를 예약하고 파트너 끼리 방을 배정받은 뒤 비에 젖은 옷가지며 등산장비들을 물에 헹군 뒤 온 사방에 분주하게 늘어놓았다.
남기는 곧 바로 더운물 속에 반신욕을 하면서 피로를 풀고 있었다.
태우와 용환이는 벽난로(베치카) 시설이 되어있는 분위기가 넘치는 그런 방이었다.
잠시 뒤 용환이가 젖은 옷가지와 장비들을 모두 몽땅 들고 자기네 방으로 건너오라고 한다.
가보니까 열기가 후끈거리는 것이 벽난로를 지펴 빨래며 각종 장비들을 말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찌된 영문인지 몰라 물어보니 서빙하는 직원에게 약간의 페이를 했더니 장작더미를 엄청 가지고 오더라는 것이다.
역시 용환이는 여러 가지로 다재다능한 친구라는 사실을 한번 더 입증한 셈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기를 제외한 산행가이드, 여행가이드, 용환이, 태우,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서 사파의 유명한 카멜리아 식당에서 사파의 마지막 밤을 온갖 요리와 베트남 전통주, 그리고 “모짜이“ “죽수케”를 외치면서 정말 즐겁게 보냈다.
10시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짓궂은 용환이가 잠자는 남기를 깨워 또 고도리 패를 돌려댔다.
결과는 “뻔할 뻔자“다.
유명진 완전 봉이고, 태우와 남기 본전, 용환이는 신들린 사람처럼 취권레이스로 사람 잡는다.
용환이는 판이 돌아가는 와중에서도 베치카를 번갈아 돌보고 있다.
친구들을 배려하는 사려 깊음에 고마운 마음이지만 고도리판에 돈 꼴고 뼈골 쑤시는데 그런것 생각할 여유가 없다.
용환이가 남기와 태우는 부르조아 집안 태생이라 남이 어려운 사정이나 현실이 어떤지 그런 생각하지 않고 항상 편한 쪽으로 행동하는 친구이며, 자기와 나는 농촌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고생을 하면서 커서인지 웬만한 사정을 잘 아는 평민들 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부르조아와 프로박테리아 군으로 나누어 부르기로 했다.
그날밤도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을 즐겁게 웃으며 마무리 하였다.
8월 1일 화요일 (DAY-5), 사파 트레킹을 마지막으로...
오전 9시 호텔 뷔페에서 볶음밥과 빵으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현지 가이드에게 하루 시간계획을 설명해 주고 함로우 공원의 기암괴석들을 보며 아름다운 사파의 정경을 배경으로 단체사진도 많이 찍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자랑하리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이번 여행에서 특이할 한 것은 용환이가 사진을 엄청 찍어대는 것이다.
원래 평소에는 사진찍기를 잘 않는데 이번 여행만큼은 사진을 엄청 찍어댄다.
함로우 공원에서 판시판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인 사파시내의 정경을 보니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한 폭의 서양화를 화폭에 담은 듯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사파시내의 모습은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였다.
공원에는 함족의 란쪼우 마을과 무대공연장이 근사하게 꾸며져 있다.
“란쪼우“ 라는 말은 “난초”라는 말인데 이 공원 어디서든 풍란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거기서 우리는 한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고 반가움에 서로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고 여행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공원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석청(꿀) 10㎏을 구입하여 용환이에게 맡기고 사파에서 제일 유명한 빅토리아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1일 숙박료가 무려 440$이라니 입이 딱 벌어진다.
오후에는 라오짜이, 타반으로 트레킹을 하면서 베트남 원주민들의 삶을 피부로 느끼며 많은 체험을 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용환이는 “타반” 이라는 초,중학교에 설치된 유니세프 아동돕기 모금함에 10$를 넣는다.
여행가이드 “하이”라는 친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용환이더러 “원더플” 이라고 한다.
오후 5시쯤 우리는 사파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고 호텔 사우나에 몸을 씻고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고 밖을 나오니 여태껏 구름속에 파묻혀 있던 판시판의 정상이 고개를 내 밀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정상에 오르고 싶었는데, 결국 마지막 날 정상은 우리를 향해 그 모습을 드러내보였던 것이다.
소중한 추억이 될 사진을 몇 장 찍고는 판시판과 사파를 뒤로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라오까이” 역으로 출발하였다.
밤 9시 20분 사파의 추억들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로 가슴속에 묻기로 하고 열차는 하노이로 향하였다.
지긋지긋한 고도리가 또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완전 지옥을 갔다 온 기분이다.
용환이는 고도리로 딴 돈으로 하롱베이에 가면 맛있는 다금바리 회를 사 주겠다고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모습>
<하롱베이를 배경으로 용환이의 멋진 포즈>
8월 2일 수요일 (DAY-6), 베트남의 추억들은 영원히 가슴속에 묻히다...
새벽 6시쯤 하노이역에 도착하였다.
사파와는 달리 후덥지근한 아침이 상쾌하지 않다.
태우는 붐비는 하노이역을 스케치 하느라 디카의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역을 가득매운 인파들을 지나 하노이역을 빠져나오자 태우의 인상이 일그러져 있다.
나는 또 배탈이 났나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방금 전까지 찍고 있었던 디카를 소매치기 당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베트남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담아 영원토록 두고두고 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허망하여 일행 모두 말을 하지 못한다.
정작 잃어버린 태우의 마음은 오죽하겠냐 마는 일단 우리는 택시를 잡아타고 형님집으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택시안에서 “용환이가 사진을 유별나게 많이 찍더니 이런 일을 당했나 보다“ 라고 농담도 하면서 우리는 하롱베이에서 다시 추억을 만들어 보기로 하자면서 잊어버리기로 하였다.
부르조아백은 형님집에 도착하자마자 침실에 대 자로 뻗어버렸고 다른 친구들은 샤워와 짐정리를 하고 있었다.
한 9시쯤 “흥” 이라는 업체사장과 함께 우리는 “하롱베이“로 향했다.
오랜 옛날 바다건너 쳐들어온 침략자들을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수천개의 기암을 만들어 물리쳤다는 전설을 간직한 하롱베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이 될 정도로 아름다운 섬...
물 위에서 벌어질 선상파티며 다금바리 회와 각종 해산물, 거기다 베트남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서빙을 하면서 분위기를 자아내는 환상적인 마지막 여행이 3시간여 후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을 먹을 시간이 없어 우리는 하롱베이에 다다라 길거리에서 파인애플을 사 먹었다.
1개 500원 짜리 파인애플인데도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그 맛을 생각하니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오후 2시에 하롱베이 선착장에 도착하여 용환이와 “흥” 사장이 현지 조선소 직원을 만나러 간 사이 우리는 고풍스럽게 생긴 크루저(범선)를 감상하며 베트남 전쟁 때 파월장병들에게는 공포의 깃발이었던 붉은색의 베트남 국기를 보면서 벌써 섬의 한 복판에서 닻을 내리고 각종 해산물로 만찬을 즐기고 있을 모습을 상상한다.
우리가 탈 배는 3성급의 크루저 유람선(범선)이다.
출항신고를 마친 배는 서서히 선착장을 빠져나와 하롱베이 섬을 향하여 투어를 시작하였다.
점심식사는 우리의 상상 그대로 방금 잡아올린 다금바리 회에다 각종 해산물로 가득하다.
곁들여진 포도주에다 렛모이 까지 선상에서의 점심식사는 너무 환상적이었다.
현지 베트남 친구들과 형님, 그리고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시중을 받으며 못(하나)-하이(둘)-바(셋) 건배!!!
범선처럼 생긴 크루저는 아주 천천히(시속 2노트정도)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무수한 섬 사이를 지나 수상시장에 잠시 정박하였다.
용환이와 태우가 배에서 내려 저녁 식사때 먹을 해산물을 잔뜩 사 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암괴석들로 가득 찬 하롱베이의 섬들은 마치 하늘에서 빚어놓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들의 전시장 같았다.
하롱베이는 영화 ‘인도차이나’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이며 하롱은 ‘하룡 下龍’의 베트남 발음으로 용이 내려와 앉았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아름다운 자연으로 칭송하는 계림과 견주어지는 비경을 간직한 곳으로 1994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티톱섬의 420계단 정상에서 바라본 저녁노을에 물들은 하롱베이의 무수한 섬들...
그 섬들 사이로 우뚝 솟은 기암괴석들과 범선들, 수상집이 보인다.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같은 바다위를 내달리는 기분 또한 째진다(Very good!!!).
섬 사이에 닻을 내리자마자 못(하나)-하이(둘)-바(셋) “모짜이“ ”죽수케“ 서로 잔을 부딪치며 하롱베이의 밤은 서서히 무르익어 간다...
어둠이 찾아오자 배위에서는 형님의 기타연주가 시작되었다.
원래 음악에 소질이 있는 형님이라 기타에도 상당한 소질이 있어 보였다.
반주에 맞춰 하나 둘 너도나도 노랫가락을 뽑아내고 맥주병은 쓰러져 가고 우리의 추억들은
자꾸 늘어만 가는 아름다운 밤이 무르익고 있었다.
하롱베이 에서 선상의 밤은 밤새도록 부어라~ 마셔라~ 헤롱헤롱 술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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