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회 결성에 부쳐 - 나의 축구역사
김종렬(09)
작성일
06-10-27 15:25 8,9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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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개발이다. 적어도 맨땅에서는 말이다.
역으로 말하지면 나의 공차기 시작은 천연잔디구장이었다.
마을에 제법 큼직막한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어릴 적 공차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양끝에 돌맹이로 적당하게 골대 표시를 하고, 편을 나누어 공차기를 즐겼는데 나는 주로 맨발이었다. 공 또한 돼지오줌통에 짚이나 헝겁을 잘게 썰어넣고 꿰맨 울퉁불퉁한 공이었다. 고무공은 한참 뒤에나 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당시 나는 울 마실에서 유명한 골게터였고 명 골기퍼였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그 명성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통통 잘 튀는 고무공에 이어 인조가죽공이 나오면서, 장소가 공동묘지에서 논바닥으로 바뀌면서 나의 실력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장소가 학교운동장으로 바뀌면서 서서이 개발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나는 축구를 포기했다. 아마 미루어 짐작컨대, 공동묘지에 이어 지속적으로 천연구장 지원이 있었더라면 최소한 광복절 동네주전선수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또한 믿거나 말거나.
나는 지금도 가끔 꿈을 꾼다.
수십 개의 묘지 장애물 사이로 이리 저리 맨발로 휘젖고 다니며 연거푸 골을 터뜨리던 유년의 기억을! 하루 종일 스물 골을 넣고도 양이 안 차, 달빛을 빌어 밤늦도록 무서운 줄도 모르고 공을 차던 그 공동묘지구장을! 누구 나와보라고 해. 하루에 스물 골 이상 넣어본 사람있으면...
요즘은 세 골만 넣어도 무슨 헤드트릭이니 하며 난린데, 그때는 어떤 때는 골 넣은 거 세는 게 더 힘들었지 아마. 하기사 남들 평생 넣은 골보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넣은 골이 더 많으니, 골에서는 내가 단연 선수라고 봐야되는 거 아님감. 기네스북 감이지. 각설하고,
내일 족구대회에 발족될 '조기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조기회라고 해서 꼭 축구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교 교기인 축구를 통해
서로 화합하고 즐기는 또다른 친목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바래본다. 그러나보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하여 축구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나처럼 일찌기 은퇴(?)한 사람도 고함치며 박수치다보면
다 같은 선수이며 일원인 것을. 즉 우리 모두 열 두번째 선수라는 사실을 상기말자.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 나이 마흔 중반, 몸 성하게 서로 어울리고 웃고 즐기며 술 한 잔 나눌 날이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조기회의 결성을 계기로 더 한층 단단한 동기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두번쯤, 막걸리라도 얼큰하게 취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 아닌가.
아무튼 뜻있는 동기들의 열정으로 늦게나마 동기 조기회 결성을 축하한다.
역으로 말하지면 나의 공차기 시작은 천연잔디구장이었다.
마을에 제법 큼직막한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어릴 적 공차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양끝에 돌맹이로 적당하게 골대 표시를 하고, 편을 나누어 공차기를 즐겼는데 나는 주로 맨발이었다. 공 또한 돼지오줌통에 짚이나 헝겁을 잘게 썰어넣고 꿰맨 울퉁불퉁한 공이었다. 고무공은 한참 뒤에나 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당시 나는 울 마실에서 유명한 골게터였고 명 골기퍼였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그 명성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통통 잘 튀는 고무공에 이어 인조가죽공이 나오면서, 장소가 공동묘지에서 논바닥으로 바뀌면서 나의 실력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장소가 학교운동장으로 바뀌면서 서서이 개발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나는 축구를 포기했다. 아마 미루어 짐작컨대, 공동묘지에 이어 지속적으로 천연구장 지원이 있었더라면 최소한 광복절 동네주전선수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또한 믿거나 말거나.
나는 지금도 가끔 꿈을 꾼다.
수십 개의 묘지 장애물 사이로 이리 저리 맨발로 휘젖고 다니며 연거푸 골을 터뜨리던 유년의 기억을! 하루 종일 스물 골을 넣고도 양이 안 차, 달빛을 빌어 밤늦도록 무서운 줄도 모르고 공을 차던 그 공동묘지구장을! 누구 나와보라고 해. 하루에 스물 골 이상 넣어본 사람있으면...
요즘은 세 골만 넣어도 무슨 헤드트릭이니 하며 난린데, 그때는 어떤 때는 골 넣은 거 세는 게 더 힘들었지 아마. 하기사 남들 평생 넣은 골보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넣은 골이 더 많으니, 골에서는 내가 단연 선수라고 봐야되는 거 아님감. 기네스북 감이지. 각설하고,
내일 족구대회에 발족될 '조기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조기회라고 해서 꼭 축구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교 교기인 축구를 통해
서로 화합하고 즐기는 또다른 친목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바래본다. 그러나보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하여 축구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나처럼 일찌기 은퇴(?)한 사람도 고함치며 박수치다보면
다 같은 선수이며 일원인 것을. 즉 우리 모두 열 두번째 선수라는 사실을 상기말자.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 나이 마흔 중반, 몸 성하게 서로 어울리고 웃고 즐기며 술 한 잔 나눌 날이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조기회의 결성을 계기로 더 한층 단단한 동기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두번쯤, 막걸리라도 얼큰하게 취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 아닌가.
아무튼 뜻있는 동기들의 열정으로 늦게나마 동기 조기회 결성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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