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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김종렬(09) 작성일 06-11-15 12:13 9,750회 0건

본문

누가 보냈을까.
잠깐 외출에서 돌아오니, 사무실에 가을이 듬뿍 와 있다.
앙증맞고 탐스러운 노란 국화 화분이다.
포장까지 예쁘게 한 걸로 보아, 꽃집에서 사온 것 같다.
왔다 갔으면 귀뜸이라도 해주지, 아마도 바빠서 그냥 갔나보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특유의 국화향이 코끝에 물씬 안겨든다.
가만히 놈에게 젖는 사이 이런 저런 잡생각이 물러가고, 마음도 차분해진다.
산길 들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야생화에게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다.
그러나 전혀 아깝지 않다. 그 시간만큼은 어떤 근심도 다 달아나니까.

우리는 대개, 먹고 사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
경제라는 부피를 잣대로 우리 자신을 너무 폄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스스로를 감금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삶의 본질이며 참 의미인지는 제각기 생각이 다르겠지만,
이 가을엔 좀더 생각이 깊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 가치의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잠시 몸을 움직이는 사이,
국화향이 온몸을 감싼다. 또 막걸리가 생각난다.
이 놈의 술 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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