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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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월 앞에서
-故 김도현 소령 추모 1주기에 부쳐
김종렬(9회)
옷깃을 여미며 다시 오월 앞에 섭니다
올해도 약속처럼 꽃 피고, 잎이 돋았습니다
냇물 소리 여전하고, 바람도 그저 순하기만 합니다
당신이 가신 저 파란 하늘엔 그때처럼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아우성으로 가득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인정하기까지
삼백예순 날이 걸렸습니다
이제, 이제 오늘 우리는
슬픔과 충격의 긴 터널을 지나
당신을 가슴에 담으려 합니다
다시 한번 불러보는
거룩한 이름
그리운 이름
아름다운 이름
김도현 소령!
소령 김도현!
당신은 갔지만, 비록 몸은 갔지만
살신성인의 뜻과 정신은
우리들 가슴속에 아로새겨 있나니
저 오월의 장미가 아무리 붉게 타오른들
당신의 그 뜨겁던 심장의 피빛만 했을까요
저 오월의 신록이 제아무리 눈부신들
어찌 당신의 푸르디푸른 생각만 했을까요
용서하십시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빨리,
너무 쉽게, 당신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망각의 늪에 중독된 우리들을
용서하십시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비통한 슬픔을 볼 때마다
'국립현충원이며 보국훈장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푸념도 늘어놓곤 합니다
김도현 소령!
이 세상 또 어떤 아름다움이 있어
그 영혼의 빛깔만 하겠습니까
이 세상 또 어떤 고귀함이 있어
당신의, 그 영혼의 무게만 하겠습니까
언젠가 우리도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의 영혼을 밝혀주고 비춰주는
저 하늘의 이름 없는 별이 되게 해주십시오
하다 못해 여름밤의 반딧불로나 남게 해주십시오
아직 세상이 살만한 것은
당신이 우리들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이요
당신의 향기가 온누리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