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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구나무 처럼

이정걸(02) 작성일 07-05-24 10:19 7,560회 2건

본문

#
사랑이란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이라 합니다
빠진다는 것은
발목 하나쯤 담궈 살짝 빠지는 것이 아니라
발 끝에서 머리 끝 까지
목숨을 거는 것이라 합니다
그것은 아까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더는 줄것 없어
마지막 하나까지 주는 것이라 합니다
 
 
##
신작로 길을 짙은 흙 먼지 날리며
달려오는 버스 조차
하루에 몇 대 보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불과 몇 십년도 채 돌리지 않아도
볼수 있던 풍경이었습니다
정류장에 잠시 세워둔 틈을 타
버스 뒤에 매달려 보기도 했고
매달려 타고 가다 버스가 속도를 낼 즈음
잽싸게 손을 놓고 바닥을 뒹굴며 신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제가 직접 운전도 하고
고향집에 전화 한번 할라면
전신전화국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던 제 손에
보턴 하나면 바로 연결되는 폰이 들려있고
쓰다가 구기고 찟고 겨우 완성해 편지를 보내도
답장을 받으려면 일주일이나 기다렸던 편지도
마음만 있으면 지척에서 말하는 것 같이
보내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엊그제 같은데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 탓인가요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흔적 조차 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마치 하룻밤의 꿈처럼 말입니다
그 중에 변하지 않는 몇 가지를
간혹 만나는데 그런것들을 볼 때 마다
어찌나 기쁘고 마음이 평화로운지 모르겠습니다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마을 입구에 수호신 처럼 우뚝 서있는
둥구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서정적인 시골마을 풍경중에
빠지지 않는 모습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 됩니다
그 수명이야 알수 없지만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로 얼마나 많은 사연과
추억이 있겠는지요
먼 길 떠나는 이름모를 나그네의 이슬도 피해줬을터고
갑자기 소나기라도 만나면 커다란 우산을 펴 주었겠지요
농부의 땀도 씻어주고
보따리 장사들의 쉼터로서도 손색이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녁이면 처녀총각들 중매쟁이 역할 또한 많았으리라
생각하며 웃음도 지어 봅니다...
 
 
###
우리는 어쩌면
어릴적 그 둥구나무를 찾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을을 지키던 수호신이던 것처럼
마음이 궁핍해지고 어려워 질수록
편안하게 쉬고 싶은 곳
그런 곳을 찾아 이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 카페가 둥구나무 같았으면 합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수 많은 사연을 품고 살아온 둥구나무 처럼
많은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할수있는
공간이 되었음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의 둥구나무가
아름다운 우리의 쉼터가 되기 위해선
서로간의 사랑과 배려가 없으면
힘드리라 생각됩니다
둥구나무가 마을의 사랑을 받고 자라왔듯이
카페 역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 없이는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기 전에 꺽어지거나
말라 비트러 지겠지요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고
나 스스로의 쉼터를 위해서
내가 먼저 가꾸고 다듬어야 합니다
남의 말도 귀 기울여주고
나의 토양에 거름도 주어야만 합니다
함께 하지 않으면
한쪽으로 기울게 되고
기울면 쓰러지게 되는 것 입니다
다소 마음에 안들더라도
사랑의 마음으로 보면 다 아름답게 보이고
이해 하려 들면 이해 안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말이라도 사람을 때리지 말고
이왕지사 오신 걸음
흔적이라도 남겨 함께하는 카페가 되었음 합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우리의 마을을 지키던 둥구나무 처럼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있을 것입니다

남은 5월도 알차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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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기(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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