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맛을 낸다는 고래고기. 울산에서는 손님에겐 고래고기를 대접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자~떠나자. 고래 먹으러~”
고래요리 한접시를 비웠다면 진정한 미식가다.
“고래고기는 비리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 한접시를 비웠다면 고래의 참맛을 안다는 방증이기 때
문. “고래고기가 비리다”는 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보다 더한 항변도 있었다. 우리나라 연
간 고래고기 소비량 절반, 전국 고래전문점의 절반,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고래의 80%가 들어오는 울산,
장생포에서 미식가에 도전해 봤다.
1986년까지 우리나라 유일의 포경기지였던 장생포
울산의 가장 큰 이미지는 산업도시다. 하지만 울
산이 70~80년대를 거치며 산업도시 이미지를 쌓아
가기 전 이미 울산의 상징물은 있었다. 고래다.
울산 장생포항은 50년대부터 국제포경협회(IWC)가
고래포획금지 결정을 하기 전인 1986년 까지 우리
나라 유일의 포경기지였다. 포획이 금지된 요즘도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고래의 대부분은 장생포항을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자 동네에선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다닌다”고
들 표현한다. 고래잡이가 한참이던 때는 이곳 장
생포에서도 이 말이 나돌만큼 부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86년 고래포획금지 이전의 얘기다.
“포획금지 된 고래가 어떻게 판매되나요?”
복원한 포경선. 고래를 보는 망루가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포획금지된 고래가 식당에서 제공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현재 판매된는 상당수는 정치망(자리 그물)에
걸려들어 익사한 고래들이다. 이처럼 공급이 예측불가능
하다 보니 가격이 자연히 오르게 된 것.
1958년부터 3대째 고래고기 전문점을 운영중인‘고래고
기 원조 할매집’박숙자씨(2대)는 “고기 구하는데 제일
신경쓴다”며 운을 뗐다.“얼마전에 6천만원짜리 밍크고
래 한 마리를 샀어예. 시내에 있는 분점은 4~5월에는 고
기가 없어서 문을 닫았다아입니까. 고기가 그만큼 구하
기가 힘들어예."
맛도 맛이지만, 평소 즐기지 못하는 희소성에 애가 닳는
다. 게다가 몸통과 꼬리, 익힌 것과 날 것이 모두 다른
맛을 낸다고 한다. 고래고기를 두고 12가지 맛을 낸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이쯤되고 보니 "고래고기는
비리다"는 "악성루머"를 잊고 얼른 한점 넣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한국계 고래로 알려진 귀신고래를 기준으로 해도 평균길
이 15m, 몸무게가 30톤에 달하는 덩치 큰 고래에게서 부
위별로 각기 다른 맛이 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12가지 맛을 낸다는 귀하신 몸 "고래고기"
가장 신선한 살코기 생고기(회), 육회와 비슷한 맛이다.
오베기(꼬리지느러미)는 쫄깃한 맛. 초고추장에 콕!
어릴 적 먹던 맛이 생각나 고래고기집을 찾았다는 한 시민(58· 울산시 남구 신정동)은“고래고기를 드
실라면, 우네를 먼저 드셔보이소”라며 한점 건넨다. 우네는 고래의 아래턱에서 배꼽 위까지의 주름 부
분이다. 얇게 썰어 끓는 물에 여러번 데워 지방과 소금을 제거한 후 마치 참치처럼 살짝 얼려먹는다.
꼬리지느러미를 데친 후 소금에 절여 내오는 ‘오베기’도 고래요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최소 3
개월이상, 수년간 소금에 절여 놓기도 한다. 오돌오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우네와 오베기를 제외한 육회와 수육, 대창은 마치 소고기를 보는 듯 하다. 육회는 소고기의 육회와 같
이 신선한 살코기를 채 썰어 참기름과 시원한 배로 조물조물 무쳐 나온다. 맛도 소고기의 그것과 유사.
몸통과 고래 등껍질, 목껍질 등을 삶아 나온 삶은 부위는 돼지고기의 수육을 상상하면 거의 비슷하다.
처음 고래고기를 접하는 사람도 젓갈에 콕 찍어 먹는 수육은 무난히 먹을 수 있다. 짙은 붉은 색을 띄
는 생고기(고래회)가 나오는 것은 기본이다. 곱창집에서나 볼법한 동글동글한 대창도 고래요리의 별미
다. 고기 종류가 많은 만큼 곁들이는 장도 다양한다. 젓국, 초장, 간장, 소금 등.
개별요리는 3~4만원, 모듬요리는 6~7만원 선이다.
귀한만큼 맛있는 고래의 대창. 구수한 맛이 난다.
고래에서 비린 맛이 날 것이라 미리 저어했던 탓인지 막상 맛본 고래요리들은 “향신료를 더한 고소한
소고기 같은 맛”이다. 한가지 다른 점은 고래는 기름을 따로 빼냈을 정도로 기름이 많다. 생고기를 먹
으면서도 기름진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이기름들은 콜레스테롤을 높이지 않는 불포화지방
산이다. 고단백식품으로 성인병계 예방에 좋고 철분의 주요 공급원이다. 피부염과 알레르기에 좋은 것
으로 알려져 있다.
비린내는 "곱시기" 때문에 생긴 오명
3대째 이어오는 고래사랑. 원조할매집
“비린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원조할매집" 주방을 맡은 박
숙자씨는“비린내, 누린내가 나는 건 진짜 고래고기가 아니라‘곱시
기’"라고 에둘렀다.‘곱시기’는 돌고래를 부르던 방언이다. 고래
고기에서 노린내가 난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곱시기라는 설명
이었다. “소나 양에게도 특유의 향이 있듯 고래에게도 특유의 고기
향이 있다”며 “곱시기의 비린내와 고래향은 엄연히 다르다”덧붙
였다.
울산 고래요리는 올해 의미있는 상을 하나 수상했다. "서울세계관광
음식박람회" 해산물요리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것. 고래요리메
뉴는 생고기, 육회, 수육, 우네, 오베기, 고래갈비매운탕 등이 공통
적이다.
부위별(요리별로) 한접시(2~3인분)에 3, 4만원 가량 하는 것이 보통
이다. 다양한 고래고기를 한번에 맛보기 위해서는 각부위 별 요리가
나오는‘모듬’요리를 주문하면 된다. 가격은 6~7만원 선. 울산, 장
생포항을 향해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고래고기 전문점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장생포항 필수코스, 강추! 고래박물관
장생포 고래박물관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으로 포경유물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식상한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 섭섭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특히 장생포항구에서도 사라진 포경선과 고래해체작업장면 등은
‘바닷속 거대한 미지의 동물’에 대한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
시킨다. 귀신고래관 어린이체험관 포경역사관 모두 볼거리가 그
득하다. 특히 고래고기를 먹은 후라면 반드시 권한다.
>>장생포고래박물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