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는 신사다
강남덕(02)
작성일
08-01-23 13:53 9,4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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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는 신사다.
심판은 자기 자신이고 동반자를 배려하고 좋은 매너에 우아하게 품위를 지켜야 한다.
하오나, 신사의 가슴을 비집고 들어가 보면 그 속에는 음흉한 늑대 한 마리가 움크리고 앉았다.
골퍼는 위선자다.
OB를 내고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신사도를 지키려고 미소를 지어야 하고 동반자가 뒷땅을
치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동반자가 얄밉게도 롱 퍼트를 성공시켜 자기가 당연히 먹을 줄 알았던 스킨이 날아갔는데도
" 나이스 퍼팅 "을 외쳐야 한다.
서호주 남쪽 작은 마을에 9홀 골프코스가 있다.
목장이자 골프 코스인 이 거친 코스는 그린이 모래다. 퍼팅을 할땐 밀개로 홀과 볼사이를
반듯하게 정돈할 수 있는 것이 이 코스의 로컬 룰이다.
동네 노인 넷이 익살을 떨며 라운드를 한다. 짧은 퍼팅이 빗나가자 지켜보던 세 노인들이
뛸 듯이, 아니 한 노인은 실제로 펄쩍 뛰며 기뻐서 어쩔줄을 모른다. 한 홀에 호주 1달러씩
걸린 스킨이 다음 홀로 건너가게 된 것이 세 노인을 신나게 만든 것이다.
한 노인이 드라이버 샷을 톱핑내자 "풋하하하" 웃음 바다가 되고 당사자는 드라이버 도끼질로
애꿎은 티를 부러트려 버린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모습인가? 그들은 분명 신사는 아닐지 몰라도 위선자는 아니다.
아이들처럼 너무나 솔직하다. 골프 매너는 빵점일지 몰라도 적어도 그들의 가슴속엔 늑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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