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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풍회 3월 간산기 - 박현호14회 작

박춘호(01) 작성일 08-03-29 09:10 8,236회 1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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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매화가 만발했다.

그윽한 암향이 차창을 통해 들어온다.

겨우내 땅속에서 머물렀던 생명의 기운이다.

이제 저 기운은 산으로 강으로 온 대지로 번져나가리라.

머리가 어지럽다. 때로 몽롱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가슴은 새로운 기대에 들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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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50분.

두동면 만화리 소재 치산서원에 도착했다.

신라 충신 박제상과 그의 부인과 두 딸을 모신 곳이다.

홍살문을 지나자 대문격인 삼강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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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문(三綱門). 

박제상의 충절(忠節), 부인 김씨의 정절(貞節),

그리고 두 딸의 효절(孝節)을 기리기 위함이리라. 

대문은 출입구가 세 개 있는데 가운데 문은 닫혀있다.


토민 선배의 설명이다.

세 개의 출입구 중에서 가운데 문은

신도(神道)라 해서 신(神)만이 출입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동쪽 문을 통해 들어가고 서쪽 문으로 나와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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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문을 들어서자

정면에 관설당(觀雪堂)이라는 현판이 붙은 건물이 나오고

그 좌우로 경의재(景義齋)와 영미재(永微齋) 건물이 서있다.

관설은 박제상의 호(號)라 하는데 관설당은 강학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경의재와 영미재는 유생들이 머물던 기숙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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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설당 뒤편 약간 높은 둔덕위로

아담한 담장과 대문 너머로 세 채의 전각(殿閣)이 서있다. 

왼쪽부터 성인문(成仁門), 망해문(望海門), 사효문(思孝門)이라 씌어있다.

각각 박제상, 그의 부인 김씨, 그리고 두 딸을 모신 전각이리라.


다시 관설당 앞으로 돌아와

관리인으로부터 치산서원의 유래와 내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옥상 회장님으로부터 풍수지리적인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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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치술령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내려온 산줄기가 맺힌 곳이다.

좌청룡 우백호가 제대로 갖춰져 있고 특히 터 앞은 동쪽으로부터

발원한 물이 서쪽으로 흘러가는 개울이 있어 더욱 좋다. 풍수(風水)란

장풍득수(藏風得水). 곧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 곳이 곧 명당이다.

물의 경우 들어오는 모습은 보이고 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라고 하셨다.


이때 은진당 선배가 “만약에 물이 나가는 모습이 보일 경우
그것을 가리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울타리를 쳐도 되느냐”고 묻자,

옥상 회장님은 “물론이다. 그것이 바로 비보풍수(裨補風水)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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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살문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얕은 구릉이 길쭉하게 엎드려 있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치산서원을 나와 북쪽으로 난 산길을

3Km쯤 달리니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온다.

마을 앞에 크지도 작지 않은 적당한 크기의 못이 자리 잡고 있다.

두동면 월평리 못안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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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이 못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것이라 하는데

멀리서 이 못과 마을 앞의 산의 모습을 살펴보면

영락없이 새가 못에 머리를 박고 먹이를 먹고 있는 형국이다. 


동네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옛날에 맬개[濾水路]를 보수하기 위해

새의 목에 해당하는 곳을 팠더니 붉은 선혈이 분출하면서

그 속에서 한 마리 용이 나와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 이후로 마을에 온갖 액운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곳은 치술령 망부석의 전설과도 관련이 있다.

박제상의 부인과 그의 딸들이 동해바다를 보기 위해

왜 하필 치술령에 올랐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동네가 준다.

이 동네는 바로 박제상의 처가 곳.

다시 말해 김씨 부인의 친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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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정오.

두동면 이중리 배내마을에 도착했다.

치술령에서 서북으로 뻗어 내려온 산줄기의

서쪽 사면에 위치한 마을이다.

주능선에서 다시 서쪽으로 분기한 몇 갈래의 지능선 중 하나에

큼직한 봉분들이 줄지어 서있다.

온양 방씨들의 시조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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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회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형국이고

방씨 시조묘는 바로 용의 이빨에 해당하는 혈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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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위로 올라 주위를 살펴보니

좌우로 지능선들이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앞으로는 여러 겹의 산들이 첩첩이 포개져 있다.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한없이 포근하고 편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방씨 시조묘가 날카로운 용의 이빨에 위치해 있으므로

방씨들은 법조계나 언론계에서 많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옥상 회장님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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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40분.

경주시 내남면 노곡리에 위치한 경주 정씨 시조묘에 도착했다.

시조묘는 고위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야트막한 둔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둔덕의 왼쪽 골짜기에는 백운재(白雲齋)라는 재실이 호화롭게 지어져 있고

산록에는 여러 개의 무덤들이 즐비하게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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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墓域) 발치에서 빈약한 점심을 먹고

제일 위쪽에 앉아 있는 경주 정씨 시조인

낙랑후(樂浪侯) 지백호(智伯虎)의 무덤을 찾았다. 

무덤 바로 뒤편으로 고위산 정상이 올려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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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민 선배님이

“이것이 바로 가장 완성된 형태의 무덤형식”이라며

무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둘레석과 난간석을 가리키셨다.

그리고 분묘의 변천사에 대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지식의 우물물을 퍼 올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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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三稜)을 지나

배리 석불입상을 잠시 둘러보고

경주시 교동에 있는 최씨 고택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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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최부자집 하면,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한 대표적인 집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로 이 때문에 300년 동안이나 만석의 부를 유지할 수 있었으리라.

이집의 이러한 스스로 낮추는 전통을 상징하기라도 하는 듯

새로 지은 사랑채에는 ‘둔차(鈍次)’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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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채 마당에는 산수유가 활짝 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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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03)님의 댓글

박경은(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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