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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진중권 칼럼] 중화 애국 폭력

박창홍(15) 작성일 08-04-29 12:33 9,396회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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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진중권 칼럼] 중화 애국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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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진중권 칼럼] 중화 애국 폭력

[프레시안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이 사회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통해 누구나 자유로이 의견을 표명할 자유가 있다. 그래서 자기들도 의견을 표명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견을 가진 이들의 존재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유학생들은 불행히도 이 상식을 갖추지 못했다. 그들은 반대편 시위대를 향하여 스패너와 보도블록을 던졌다. 이 폭력에 부상자까지 생겼다.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라던데, 그 자리에 스패너는 왜 들고 나왔을까?



물론 시위는 때로 과격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국 시위대의 모습은 특히 섬뜩함을 준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들이 소수의 정당한 요구를 위해 나선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10억 명이 넘는 인구와 수많은 소수 민족을 거느린 제국의 영광을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 삶의 절실한 요구를 위해 모인 것도 아니다. 그 잘난 성화를 위해 모인 것이다. 경찰과 맞선 것도 아니다. 이미 경찰에 통제되는 소수의 시위대에게 폭행을 가했다.


완장 차고 시뻘건 깃발 휘날리던 문화혁명 시대의 홍위병도 저랬을까?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수준이다. 나름대로 배워 바깥 물 먹은 유학생들의 국제 감각이 저 정도이니, 나라 밖을 벗어나 보지 못한 인민들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게다. 다른 하나는 지금 티베트의 상황이다. 남의 나라에서도 저렇게 살벌하게 설쳐대니, 티베트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성룡이 그랬다던가? 성화 봉송에 반대하는 자들은 자기가 쿵푸로 때려주겠다고. < 취권 > 찍을 때 먹었던 술이 아직도 안 깬 모양이다. 이견을 가진 이에게는 직접 폭력을 행사하겠노라고 버젓이 공언을 한다. 이런 깡패 협박이 중국에서는 애국적 발언으로 추앙을 받는다. 출연한 영화로 평가하건대, 재키 찬의 진가는 인간들과 싸울 때보다는 서울대공원 원숭이 우리에서 줄타기 실력을 겨룰 때에 더 빛날 것 같다.




그 학생들의 정체는 뭘까? 그들도 공산주의 학습을 받았을까? 공산주의는 세계의 모든 인민, 세계의 모든 민족이 평등하다고 가르친다. 또 공산주의는 세계의 모든 피억압자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실제로 과거에 공산주의자들은 '매국노' 소리 들어가며, 피억압 민족과 연대해 자국의 제국주의와 투쟁했다. 그런데 그 시뻘건 깃발 휘날리는 시위대는 대체 뭘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일까?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조국이 없다는 국제주의의 원칙. 그게 공산주의의 이념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도대체 눈먼 애국주의에 세뇌 당한 머리의 처참한 상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데에 굳이 폭력이 필요했을까? 그냥 "우리는 중화 애국 '또라이'예요!"라고 평화롭게 외쳐도 연도의 시민들은 충분히 알아듣는다. 게다가 유학까지 와서 다른 나라 사람을 패대는 저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같은 유전자의 드높은 번식률?




그들도 한때 힘이 없을 때에는 이민족의 침입을 받았었다. 그런 아픈 역사적 경험을 한 나라가 왜 자기들보다 힘없는 민족의 자결권을 무시하고 억압을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중국인들은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를 반성하라고 요구한다. 자신의 현재도 반성하지 못하는 나라가 남의 과거를 반성하라고 요구한다. 과거의 일본 제국주의가 현재의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렇게 많은 아이큐가 필요할까?




중국의 유학생들도 시위라는 것을 했다. 그들의 시위도 티베트에서 중국군이 하는 방식으로 진압했다면 어땠을까? 스패너와 보도블록 던지는 자들에게는 발포를 하고, 기숙사까지 쫓아가 주동자를 체포해 버리는 것이다. 체포자에 대한 대우는 물론 티베트인들이 중국인들에게 받는 것에 준한다. 그렇게 다루어주면, 그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질까?




티베트 깃발을 든 사람을 폭행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모습은 중화 제국주의의 실체를 충격적으로 보여 준다. 유학생들이 남의 나라에 와서 백주 대낮에 카메라가 돌아가는 앞에서 버젓이 폭력을 행사할 정도니, 학생이 아닌 군대가 아예 자기 땅으로 여기는 티베트에서 카메라도 없이 벌이는 폭력의 규모는 어느 정도겠는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웬만한 나라에는 그래도 균형추라는 게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머릿속이 저 지경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모습을 객관화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 중에, 비록 소수라도, 제 동포들이 벌이는 저 애국적 광란을 창피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까?
도대체 저 눈 먼 열정의 덩어리에는 브레이크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어느 중국의 여학생이 티베트를 대하는 자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고 졸지에 '매국노'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티베트의 독립을 주장한 것도 아니라고 하던데, 인터넷에는 벌써 가족의 신상명세까지 깔렸다고 한다. 말 한 마디 잘못(?) 했다가 '멸문지화'를 당한 것이다. 도대체 이게 21세기 디지털 문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그들은 외친다. "중국은 위대하다." 나는 묻겠다. "근데 너는?" 그들은 외친다. "중국은 강하다." 나는 묻는다. "근데 너는?" 웃기고 자빠졌다. 중국은 위대하지도 강하지도 않다. 그냥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인구가 많을 뿐이다. 그렇게 많은 인구 개개인의 수준이 어떤지는 당신들이 보여주었다. 그릇된 애국심의 똥으로 가득 찬 그 머릿속 한 구석에나마 창피함을 느끼는 부분은 남아 있을까?



저들은 '주관적으로' 자신들이 중화의 위용을 만방에 과시했다고 믿을지 게다. 하지만 그들이 '객관적으로' 한 일은 제 나라의 수준을 드러낸 것뿐이다. 세계 시민이 되려면 제 모습을 객관화시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이 사태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다. 우리 사회에도 맹목적 국가주의가 존재한다. 늘 되돌아보며 경계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저들처럼 한심하게 흉악해질 수 있다.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 tyio@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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