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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간 아들과 편지 ㅋㅋ

구대성(25) 작성일 08-08-11 17:29 8,513회 2건

본문


에피소드 1

<이등병>
부모님 전상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날 불초소생 문안 여쭙습니다.
저는 항상 배불리 먹고 잘 보살펴주시는
고참님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갈 그날까지 건강히 지내십시오.

<이등병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대에서 소포로 온 네 사복을 보고 밤새 울었단다.
추운 날씨에 우리 막둥이 감기나 안걸리고 생활하는지
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집안은 모두 편안하니 아무생각 말고
씩씩하게 군생활 잘하길 빌겠다.

<일병>
어머니께...
열라게 빡센 훈련이 얼마 안남았는데
어제 무좀걸린 발이 도져서 걱정입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배탈약을 줍디다.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빨리 부쳐주지 않으면
옆 관물대를 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병 어머니>
아들 보아라.
휴가나와서 네가 타간 용돈 때문에
한달 가계부가 정리가 안된다.
그래도 네가 잘 먹고 푹 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나쁘지 않구나.
다음 휴가 나올때는 미리 연락주기 바란다.
돈을 모아놔야 하거든... -_-;;
그리고 군복 맞추는 값은 입금시켰으니
좋은 걸로 장만하길 바라마.
(ps. 니네 아빠 군대 때는 그냥 줬다던데.)

<상병>
엄마에게.
엄마 왜 면회 안와?!
아들이 이 촌구석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제 김일병네 엄마는 먹을거 잔뜩 사들고 와서
내무실에 풀고 외박 나가서
아나고 회도 먹었다더라~ 엄마는 가끔
내 친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투덜~

<상병 어머니>
아들아~
수신자 부담 전화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어째서 너는 군생활을 하면서
전화를 그렇게 자주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놈의 휴가는 그렇게 자주 나오냐?
누굴닮아 저 모냥이냐고
어제는 아빠와 둘이 대판 싸웠다.
내가 이겨서 너는 아빠를 닮은 것으로
  결정났으니 그리 알거라 ^^

<병장>
여기는 사람 살 곳이 못되.
어떻게 군생활을 지금까지 했나 내가 생각해도 용해~
똥국을 너무 많이 먹어 얼굴에 황달기가 돌아 미치겠어
글구 보내준 무스가 다 떨어졌으니 하나 더 보내줘
헤어스타일이 영 자세가 안잡혀~
그리고 놀라지 마.
어제는 내가 몰던 탱크가 뒤집어져서 고장났는데,
사비로 고쳐야 된대~
엄마... 100만원이면 어떻게 막아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다음주까지 어떻게 안될까?

<병장 어머니>
니 보직이 PX 병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아냈다.
땡크 고치는데 가져간 돈
좋은말로 할 때 반납하기 바란다.
요즘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차라리 거기서 말뚝이나 박았으면 좋으련만...
니가 쓰던 방은 어제부터 창고로 쓰고 있다.
벌써 26개월이 다 지나간걸 보니 착잡하기 그지 없구나.

에피소드 2

어느 날 군에 간 아들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제가 그대로 읽어드리겠습니다.

"어머님 전상서. 어머니, 저 영철이에요. 그 동안 안녕하셨죠?
전 어머니 염려 덕분에 몸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어머니, 저 돈이 급히 좀 필요하게 됐어요.

이번에 야전훈련 나갔다가 박격포를 잃어버렸거든요.
20만원이거든요. 박격포탄 1개값 3만원 포함해서 23만원이에요.
빨리 좀 보내주세요. 안 그러면 저 거의 죽음이에요.

저는 그래도 나은 편이에요. 같은 소대의 어떤 놈은 이번에 탱크를 잃어버렸대요.
야전훈련 나갔다가 담배가게 앞에 세워놓고
잠시 전화를 하러 가게에 들어간 사이 누가 훔쳐서 끌고갔대요.

걔네는 거의 집 팔아야 할 거예요.

어머니는 군생활 안 해보셔서 잘 모르시죠? 군생활이 은근히 돈이 많이 들어요.
저는 무척 절약하는 편인데도
의복값, 식대, 숙식비, 의료비 등 돈들어 가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거든요.

제가 야간 근무수당 등으로 근근이 버텨 나가고는 있지만 좀 힘이 드네요.
어머니, 이제 제대까지 1년반 정도 남았네요.

이제 천만원 정도만 있으면 군생활도 무사히 끝날 수 있을 거 같네요.

그럼 다시 뵙는 날까지 안녕히 계세요.

ps. 참, 제 계좌번호는 알고 계시죠?"


아들의 편지를 본 어머니가 군에 있는 아들에게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RE: 영철이 보거라. 니 형 영팔이가 해병대 갔다온 걸 모르고 있구나.
너 휴가 나오면 반 정도 죽일 거라고 벼르고 있더구나.
나도 니 에미지만…. 이번 형의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단다. 그럼 휴가 때 보자꾸나."

그런데 영철이가 해병대를 제대한 형님 때문에 비리가 밝혀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형님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대로 읽어드리겠습니다.

"형님 전상서. 형, 영칠이다. 형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엄마한테서 박격포 값을 보낼 수 없다는 답장을 받았어.

형은 기억력이 부족한가 본데, 형이 해병대 취사병으로 있을 때,
물에 빠뜨렸다던 수륙양용 장갑차 값으로
아버지까지 속여서 100만원 가량 받아 갔었잖아.

박격포값 받으면 백수 생활 어려운 형을 생각해서 포탄값 정도는 보내 줄테니까,
형이 알아서 잘 처리되도록 해 주기 바래. 그럼, 이만... 영칠이 씀.

P.S. 만사형통... 만사는 형을 통해야 잘 이루어진다는 이 속담을
좋아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형이 영철이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동생 영철이에게. 영철아, 형아다. 형 이름이 영팔이인데,
영철이 네가 이름을 영칠이로 바꾸고 내 형인 것처럼 행세하면 되겠냐?

왜 이름까지 바꿔가며 은근히 협박을 하고 그래. 영철아 시대가 많이 변했단다.
군대도 많이 변해서 PX 양념닭발 값이 많이 올라 네 주머니 사정이 궁한지 모르겠으나
사회도 예전 같지 않아. 군대 사정 다 안단 말이야.

그리고 내가 어머니한테 일러바친 게 아니니 오해 말거라.

어머니도 이미 다 눈치채시고 나한테 물어보시더라.

너 유치원생이 훤히 보이는 귀여운 거짓말하면 어떠냐? 속으로 웃음이 나오지?

어머니나 내 앞에서는 네가 바로 그 유치원생 같구나.

군대 가더니 많이 귀여워졌어. 남자다워져야지 그게 뭐냐?

장갑차 정도는 돼야지 박격포가 뭐냐? 쯔쯔쯔.

백수 생활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다만 나도 이제 백수 생활 면하게 되었으니
아무 걱정 말고 박격포 관리 잘해라. 포판은 잊어 먹지 않았겠지?

요새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만 옆 분대 엠60기관총도 잊어먹지 않도록 주의시켜라.

영철아, 형아가 곧 취직이 되면 그 때 박격포값 보내 줄테니

중대장님께 잘 말씀드려서 한 달만 버텨봐라. 동생을 사랑하는 영팔이 형아가"
  

그런데 영철이의 편지가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인터넷에 올려졌습니다.
어느 날 어떤 어머니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영철이와 엄마의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철이 어머니에게 이렇게 위로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RE: RE: 영철이 보거라.
그래도 댁에 아드님은 다행입니다.

저희 아들은 해군에 있는데, 미 해군에서 합동 훈련하는데 놀러갔습니다.
그런데 항공모함을 잘못 가지고 놀다가 물에 빠트렸답니다.
에구 내 팔자야. 그쪽은 몇 푼 안 되는 거 같으니까 빨리 보내주세요.

우리 집은 백년상환 오십년거치루 갚기로 결정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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