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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키즈(2008.09.08자 경상일보 19면)

최용제(15) 작성일 08-09-08 11:15 9,663회 7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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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한 '울산투어'

울산키즈에 꿈 심어줄 것




큰 아들이 중학생쯤 되었을 때 였으니 10여년 전 쯤인가 생각된다. 추석명절로 찾은 울산에서 봉수대를 오른적이 있다. 그날 나는 낯설고도 낯익은 미포해변을 바라보며 "우리나라는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 조선소를 짓지 않는다"고 빈정거리듯 말했던 노르웨이 조선 플랜트 기술자 요한손씨를 떠올리고 있었다.

70년대에 이유없는 증오와 까닭모를 불만으로 20대를 살고있던 나에게 비수처럼 다가왔던 그 말을 25년만에 오후의 햇살을 받아 역광으로 빛나던 그 환상적인 바다에 던지고 돌아 온 기억이 있다. 그 때 이미 15년간 세계 최대 최고의 조선소가 그와 나를 비웃듯 당당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10년, 그 조선소는 여전히 세계 1등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얼마 전 대학 졸업반이 된 그 아들이 취업용으로 준비한 '자기소개서' 를 '감수'라는 거창한 단어를 들먹이며 읽어 볼 기회를 얻었다. '어릴 적 명절 때 울산해변에서 먼 발치로 바라 본 조선소'라는 대목에서 눈길이 머물렀다. 전날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지루한 '고향가는 길'에서의 운전 피로를 풀자는 심산으로 싫다는 아이들에게 몇 천원의 용돈을 무기로 사촌들과 같이 올랐던 곳에서 아들은 그런 영감(?) 같은 것을 받았구나라는 대견함과 내가 35년 전에 넓은 세상을 꿈꾸며 떠났던 울산을, 내 아들은 그 곳으로 가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묘한 기분까지 들었다. 모든 지차체들의 화두인 '세계화와 지방화'라는 두 마리 토끼가 우리 집에까지 들어 오는가 라는 앞뒤도 안 맞는 해괴한 생각까지 하면서.

지난달 끝난 북경 올림픽에서는 20년 전 서울 올림픽 때 태어난 선수들의 활약을 묶은 '88 키즈'가 등장했다. 골프의 '박세리 키즈'에 이어 앞으로도 박태환, 장미란, 이용대 키즈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 봄직하다.

특별한 자원도 없이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의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런 롤 모델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울산 키즈'를 생각해 본다.

우선 손쉬운 방법으로, 곧 다가오는 추석에 울산을 찾는 젊은 아빠들은 자녀들을 채근해, 봉수대나 대왕암을 가 보길 권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과 연관이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부심과 애착을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배나 자동차 같은 아이템이 아이들 흥미에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어린이들에게는 웅장한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를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경험상, 아빠가 어렵게 공부했던 장황한 이야기는 그저 사족일 뿐이다. 이 참에 울산시에서 한나절 코스의 견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미리 신청을 받아보면 어떨까? 전국에서 아빠의 고향을 찾은 많은 어린이들이 조선소-자동차-석유화학단지를 아우르는 투어에 참가하는 상상만으로도, 수 십년 후 많은 '울산 키즈' 인재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지 않은가?

그리고, 기왕에 울산시에서 주관한다면, 코스도 다양화 할 수 있을 것 같다. 암각화 전시관, 태화강 십리대숲, 장생포 고래전시관까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보호 현장까지 아우르는 알찬 내용을 추석과 설날 명절에 맞춰 성의있게 꾸민다면 곳곳에 걸리는 "여러분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진심으로 느껴질 것이다.

예산 때문에 어렵다고? 수익자 부담으로 실비의 교통비를 받으면 되지 않을까? 또한,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간단한 수료증까지 준비해 준다면, 2~3주에 수 백만원짜리 검증 안된 무슨 해외연수 보다 나을 수도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면, 어른들은 울산시장에 감사하며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가다(GO) 서다(STOP)'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도 있으리라. 아니면 시댁에 와서 차례음식 준비에 힘들었을 아내 손을 잡고 홍콩 야경이 부럽지 않은 수암의 신선정을 올라보는 것은 또 어떨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번 한가위에 두고두고 되새겨 볼 수 있는 멋진 '내 삶의 바탕화면'을 울산에서 한 컷 만들어 갔으면 좋을 듯 싶다.


박정환SLC 대표이사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 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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