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서 번지는 무소유(無所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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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것 기부하고 여행
'자연 속에서 간편한 삶' "과소비에 반작용 현상"
워싱턴=최우석 특파원 wschoi@chosun.com
신디 월러크(Wallach)와 남편 더그 비버트(Vibbert) 부부는 최근 미 메릴랜드 주 애너폴리스의 아파트를 팔고, 소유물을 모두 기부하는 파티를 열였다. 그가 선택한 새 '집'은 길이 13.4m·폭 7.3m짜리 캐터머랜(catamaran·선체 2개가 나란히 연결된 배). 월러크는 "다시는 4개의 벽이 둘러싸고 양탄자가 깔린 곳은 원치 않겠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미국에서 가진 것을 모두 기부하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거나 자연에서 간편하게 사는 '무(無)소유 가정'이 늘고 있다고 NYT가 17일 보도했다. 자연 속에서 간편하고 자족적인 삶을 갖는 '자발적인 간소함(voluntary simplicity)' 운동이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자로 상당한 돈을 번 제프와 에이미 해리스(Harris) 부부도 이런 '자발적 간소함'의 삶을 택했다. 이들은 승진과 해고의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가족과 가급적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대형 평면 TV 등을 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목표는 버몬트 주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삶. 인터넷에서 찾아낸 버몬트의 통나무집은 전기도 없고, 프로판 가스와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난로가 전부다.
NYT는 '자발적인 간소함' 운동은 애초 1980년대 시애틀에서 시작한 것이 최근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가진 것 때문에 세금을 내고 빚을 계산하고, 신용카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 등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주리대 사회학과의 매리 그릭스비(Grigsby) 교수는 NYT에 "이 운동의 사상은 '당신이 소유한 모든 것이 당신을 소유한다'는 것"이라며, 이들의 단순·검소·자연적 삶의 뿌리는 애초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Puritans)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와 에너지 등 경제 체제가 변하는 시대를 맞아, 많은 이들이 새 삶을 찾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자발적인 간소함' 운동에는 또 모든 것을 자기가 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거나 아이를 탁아소에 보내지 않고, 직접 빨래하고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18/20080518008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