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월 22일 낮 12시 40분 경기도 수원의 성균관대 자연과학대캠퍼스 강당에서 열린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창립대회에서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된 단병호씨가 '전노협출범'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전노협은 이날 대회 예정장소인 서울대가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되자 대회장소를 수원으로 바꿔 전국에서 모인 노조 대의원 4백여명과 학생 재야인사 등 6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습적인 창립대회를 열고 초대위원장에 단병호(41)씨를 선출했다. 전노협은 이날 창립선언문을 통해 " 이땅의 노동자가 진정으로 자신의 경제.사회.정치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자본과 권력의 탄압에 대처할 수 있는 전국조직을 갖게 됐다"고 선언하고 "전노협으로 결집한 우리는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함으로써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노협은 직종, 남녀, 학력간 차별임금 철폐, 고용안정 보장제도 쟁취,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작업환경 확보, 노동 3권의 완전한 쟁취,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 등 12개 항의 강령을 채택했다.
전노협은 전국 14개 지역노조협의회와 2개 업종노조협의회에 속한 6백여개 단위노조 조합원 20여만명이 전노협에 가입했으며 전국교직원노조, 전문기술노련, 화물운송연맹이 참관조직으로 참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대회 시작 직후인 오후 1시께 5개 중대 7백여명을 학교안에 투입, 대회장 주변을 봉쇄한 데 이어 대회가 끝난 1시 40분께 대회장으로 들어가 모두 1백34명을 연행했다.
전노협 창립선언문
우리는 오늘 전국노동조합협의회 깃발을 높이 들어 이 땅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엄숙히 선언한다. 우리 노동자가 이제까지 얼마나 긴 세월을 비인간적인 생활조건과 정치적 무권리 속에서 노예적인 생활을 강요당해 왔던가. 그러나 보라! 억압과 굴종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역사의 전면에 우뚝 일어서서 힘차게 진군하기 시작한 노동자의 전국적 대오를!
우리 노동자는 생산의 직접적인 담당자로서 이 사회를 유지시키고 역사를 발전시켜온 주체이다.
이 땅의 노동자들은 노동자와 전민중의 인간다움 삶을 쟁취하기 위해 오랫동안 줄기차게 노동운동을 전개해 왔다. 저 멀리 선배노동자들의 피어린 투쟁과 70년대 이후 민주노동운동이 발전, 그리고 장엄한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를 계승하여 우리는 오늘 민주노조의 전국연대 조직, 전노협의 깃발을 힘차게 일으켜 세웠다.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영구화하기 위해 노동자의 조직적 진출과 투쟁을 가로막았던 자본가와 국가권력의 온갖 탄압과 회유를 분쇄하고, 우리는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광산에서 거리에서 불굴의 투쟁을 전개해 왔다. 단위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투쟁 속에서 '지노협'과 '업종협'을 결성하였으며 마침내 지역과 업종을 뛰어넘어 전노협으로 결집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이 땅의 노동자가 진정으로 자신의 경제.사회.정치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자본과 권력의 탄압에 통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국조직을 갖게 되었음을 선언한다. 전노협의 건설로 한국노총으로 대표되는 노사협조주의와 어용적.비민주적인 노동조합운동을 극복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을 전개해나갈 수 있는 한국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조직적 주체가 탄생하였음을 밝힌다. 우리는 또한 정권과 소수 재벌의 억압과 수탈을 제거하여 4천만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제민주세력과 힘차게 연대해나갈 수 있는 전국노동자의 조직적 대오가 출범하였음을 만천하에 선언한다.
전국노동자의 단결의 구심인 전노협으로 결집한 우리는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함으로써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기 위해 가열찬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광범한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실현을 위한 투쟁으로 대중적인 노동조합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우리의 조직과 의식을 발전시키는 기초 위에서 노동자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경제.사회구조의 개혁과 조국의 민주화, 자주화,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제민주세력과 굳게 연대하여 투쟁해나갈 것이다.
이와 같은 기본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민주노동운동의 조직역량을 확대강화하는 한편 업종별.산업별 공동투쟁과 통일투쟁을 발전시키는 속에서 기업별 노조체계를 타파하고 자주적인 산별노조의 전국중앙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총매진할 것이다.
우리는 전진을 가로막는 자본과 권력의 탄압과 온갖 장애를 물리치고 우리는 키필코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 우리의 투쟁은 정의로운 것이며, 제민주세력을 비롯하여 많은 국민들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고, 우리의 나아갈 길이 역사의 발전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억압과 굴종의 세월, 어용과 비민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전노협의 깃발 아래 강철같이 단결하여 자유와 평등의 사회를 향해 힘차게 진군하자!
전국노동조합협의회 만세!
노동운동 만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1990년 1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