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오너 차명계좌 관리 '비상'
본문
기업 오너 차명계좌 관리 '비상' |
[연합뉴스 2009-03-20] |
대법 판결..비자금.탈세 어려워져 |
대법원이 19일 기존 판례를 뒤집고 금융실명제 아래에서는 예금 명의자만 예금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차명계좌를 통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등 불법 행위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법원은 원칙적으로 예금 명의자를 예금주로 봐야 하지만 예금 출연자(실제 돈의 소유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묵시적 합의나 명시적 약정이 있으면 예금 출연자를 예금주로 인정했다.
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비자금을 조성.운영하거나 탈루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문제가 있었다.
작년 4월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특검에서 삼성그룹은 1천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남긴 차익 5천643억 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천128억 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삼성화재에서는 재무 책임자가 차명계좌를 통해 9억8천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개설해 준 일부 금융회사는 예금주에 대한 실명 확인 의무와 자금세탁 혐의거래 보고의무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다른 사람 명의로 예금 계좌를 개설했을 때 자신이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비자금 조성과 같은 불법 행위를 위해 차명계좌를 만들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예컨대 예금 명의자가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할 경우 예금 출연자가 예금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외부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기관으로서는 예금 명의자와 예금주가 일치하게 됨에 따라 예금 명의자에게 안심하고 예금을 담보로 대출해주거나 예금과 대출을 상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다만 예금 출연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실명 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 명의자가 아닌 출연자에게 예금반환 청구권을 귀속시킨다는 명확한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번 판결의 예외로 인정된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이런 차명계좌인 줄을 알고도 개설해 줄 경우 실명 거래를 규정한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행정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불법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차명 계좌가 일부 존재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계좌의 예금을 놓고 기업과 명의상 예금주 사이에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예금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따져 예금주로 인정해줬지만 앞으로는 어렵게 됐다"며 "다만 부모가 자녀 명의로 예금을 분할 예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가 실질적인 예금주가 된다면 증여세나 금융소득종합 과세 등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